‘미완의 누리호’ 내년 5월 발사 어렵다… “설계 결함 발견”

입력 2021-12-29 16:15
최환석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누리호 1차 발사 시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규명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2차 발사 시기가 예정됐던 내년 5월보다 최소 수개월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0월 1차 발사 당시 누리호 헬륨탱크의 고정장치 이탈로 더미위성(위성모사체)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에 따라 설계 변경·보완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9일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고도 700㎞까지 도달했으나 위성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해 ‘미완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3단 장착 7t급 액체엔진이 목표 연소시간인 521초를 못 채우고 475초에 비행을 멈췄었다.

조사위는 누리호 산화제 탱크의 압력이 저하돼 3단 엔진이 멈춘 사실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그 결과 누리호의 3단 산화제 탱크 내부에 장착돼 있는 헬륨탱크 고정장치의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고정장치 설계 시 비행 중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 10월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고흥 사진공동취재단

조사위에 따르면 누리호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된 건 발사 후 36초부터였다. 이후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하면서 고정장치가 풀렸고 헬륨탱크가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탈된 헬륨탱크가 계속 움직이면서 탱크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누설되기 시작했고 산화제 탱크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때부터 산화제가 밖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으며, 결국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 양이 급격히 줄면서 3단 엔진도 작동을 멈췄다.

조사위 위원장인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누리호 비행 중 최대 4.3G(지표면 중력가속도)에 대항하는 가속도가 발생했는데, 설계 당시엔 1G에 대한 부력만 고려했다”며 “1단 비행 중 최대 가속도인 4.3G에 대한 부력을 고려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비정상 비행 원인은 3단 엔진 자체가 아닌 3단 엔진에 추진체와 산화제를 공급해주는 시스템상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내년 5월 19일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 일정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비정상 비행의 원인을 찾은 이상 설계 및 기술적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내년 5월은 (발사가)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부적으로 내년 하반기 중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2호기는 완제품 상태라 문제를 고치려면 다시 뜯어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 당장은 사용이 어렵고, 조립 중인 3호기를 빠르게 고쳐서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최 부원장은 “국민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철저한 보완을 통해 2차 발사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