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 제주 차고지증명제…1일부터 전면 시행

입력 2021-12-29 15:45 수정 2021-12-29 15:49

“동네에 차 세울 데가 많은데 집에 차고지가 없다는 이유로 돈을 내고 빌려야 할 상황이에요.”

“여긴 읍면지역이라 유료 주차장이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요. 토지를 구입할 여건은 안 되고 난처합니다.”

실효성 논란이 있는 제주 차고지증명제가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유료 주차장에 돈을 내고 차고지만 빌리는 이들이 적지 않아 자칫 추진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도민에 부담만 주는 ‘계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내달 1일부터 차고지증명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도는 차량 급증에 따른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대형자동차를 시작으로 2017년 중형자동차, 내년부터는 경·소형자동차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자동차 소유자는 주거지 직선거리 1㎞ 이내에 차고지를 확보해 행정기관에 증명서를 제출해야 차량 등록을 할 수 있다.

도는 주차장 부족 등 현실 여건을 고려해 전면 시행 시기를 당초 2010년에서 2022년으로 몇 차례 유예했다. 동시에 자기차고지 공사비 지원, 주차장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기반 여건을 조성했다. 2012년 22만1928면이던 도내 주차장 면수는 지난해 43만2686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행정처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10만~60만원의 과태료 부과 근거도 신설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제주에서 유일하게 시행되는 차고지증명제가 당초 목적인 주차난을 해소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차고지 확보가 어려운 경우 돈을 내고 민간·공영 주차장에 주차 공간을 빌려야 하는데 대여한 공간에 실제 차를 세우는 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등록만 하는 조건으로 연 이용료보다 낮은 비용을 제시하는 유료 주차장도 생겨나고 있다.

동네에 주차 공간이 많은 데도 따로 돈을 들여 차고지를 마련해야 하는 경우, 돈을 내고서라도 주차장을 빌리고 싶지만 주변에 행정 기준(직선거리 1㎞ 이내)을 충족하는 주차장이 없는 경우도 있다. 매년 수십 만원의 주차장 임대료도 부담스럽다. 도청 민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불만과 걱정을 담은 문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주차난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에서도 자기차고지 갖기 사업, 주차장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도 실효성을 높여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25만8606대였던 제주지역 등록 차량(실제 운행 차량 수 기준)은 2021년 39만9884대로 10년 만에 55%나 늘었다.

올해 제주지역 세대 당 차량 보유 대수는 1.3대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제주도가 최근 도민 100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중교통 및 주차 정책 도민인식조사에서는 주택가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86.2%로 나타났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