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히어로’ 박병호 “감사합니다” 작별의 손편지

입력 2021-12-29 15:22
박병호(왼쪽)가 29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자유계약(FA)을 체결한 남상봉 KT스포츠 대표이사와 악수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프로야구 KT 위즈로 이적한 박병호(35)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떠나면서 키움 히어로즈 팬에게 손편지로 작별을 고했다.

박병호는 29일 KT와 3년간 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을 포함한 총액 30억원으로 자유계약(FA)을 마친 뒤 매니지먼트사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인스타그램에 손편지 사진을 올렸다.

박병호는 “2011년 7월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던 날을 기억한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긴 시간 동안 야구 선수로 성장하고 꿈을 이뤄가는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응원해 준 히어로즈 팬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지난 두 시즌의 내 노력과는 다르게 성적이 따라주지 못해 많은 자책과 실망을 했다. 팬 여러분의 상심도 컸을 것”이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 그런데도 KT에서 내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영입을 제안해 줘 감사하다. 이에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를 느낀다”고 적었다.

박병호는 지난해 21홈런 66타점 타율 0.223, 올해 20홈런 76타점 타율 0.227을 기록했다. 한때 ‘거포’로 불렸던 박병호의 과거를 기억하면 올해까지 2년의 성적은 미흡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2005년 신인 1차 지명을 받고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로 입문했다.

박병호의 기량이 만개한 건 2011년 키움의 전 타이틀 스폰서인 넥센 시절의 히어로즈로 입단한 뒤부터였다. 2016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해 2년간 빅리그도 경험했다. 2018년 히어로즈로 돌아왔다.

박병호는 29일 에이전트사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인스타그램에 손편지 사진을 올리고 키움 히어로즈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코스포츠에이전시 인스타그램

박병호에게 히어로즈는 프로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족적을 남긴 곳이다. 그는 “히어로즈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후배 동료, 직원, 팬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유망주로 머물던 시절 히어로즈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성장했다. 히어로즈에서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메이저리그라는 꿈의 무대에도 도전했다”고 기억했다.

또 “미국에서 한국으로 복귀했을 때도 히어로즈 구단은 두 팔 벌려 환영해 줬다. 히어로즈는 내게 고향 같은 구단이었다”며 “예전에 수상 소감에서 ‘히어로즈 팬들은 일당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팬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마지막 아웃 순간까지 소리 높여 응원하여 주신 팬 여러분께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히어로즈에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도 강했지만 ‘선수 박병호’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한 KT 구단을 향한 고마움도 컸다”며 “팀을 떠나지만 히어로즈에 대한 감사, 팬들에게서 받은 사랑과 응원은 평생 간직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