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의 폐지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여권은 다자 외교 무대에서 이뤄지는 외교 활동 등 영부인으로서의 정치적 역할과 책무가 있으며 윤 후보가 ‘리스크’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고 있다는 취지의 공세를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배우자는 대통령의 가족일 뿐으로 국가 예산으로 제2부속실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맞서고 있다.
이재명 “퍼스트레이디, 부인 외교도 있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한다고 밝힌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사고 유형이 이해가 안 된다”며 “그건(제2부속실은) 하나의 제도인데 본인에게 생긴 문제를 덮기 위해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퍼스트레이디’가 폼으로 있는 존재가 아니다”면서 “부인 외교도 있고, 부부 동반으로 해외 갈 때 지원도 하고, 힐러리 클린턴처럼 독자적으로 국제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인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영부인의) 기회를 다 봉쇄하겠다는 것을 보고 ‘대체 누구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김씨의 지난 26일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선 “국가 운명, 그리고 국민 삶을 통째로 책임지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라며 “엄청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그 권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무한 검증해야 하는 것은 맞다. 가족, 측근 본인 과거 등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과를 원하니까 해줄게’ 이런 것은 국민들 보기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윤 후보의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방침을 비판하며 같은 입장을 냈다. 이 후보 선대위의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장인 박 전 장관은 전날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출연해 김씨의 대국민 사과를 언급하며 “G20(주요 20개국) 같은 회의 때 대통령 부인들끼리 외교를 해야 하는데 거기에도 안 갈 것이냐.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윤석열·김건희 이 두 분의 나라는 아니지 않으냐”며 “어떤 사람이 결격 사유가 있다고 해서 그 자리를 없애버리고 마음대로 법을 고치고, 이것이 독재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힘 “사별·미혼은 대통령 못하나”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주장을 비판한 이 후보를 겨냥해 “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라고 되받았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의 이용호 공동선대위원장은 29일 논평을 내고 “이 후보와 민주당은 제2부속실이 없어지면 각종 외교행사에 공백이 발생하고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렇다면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미혼인 사람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의 배우자는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하다”며 “선출직도, 임명직도 아니다. 단순히 대통령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요구되는 ‘공인’으로서의 필요한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예산을 들여 제2부속실을 운영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배우자 역할론이나 외교 공백·국가 이미지를 언급하기 전에 국민의 혈세로 운영하는 제2부속실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부터 살펴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죽하면 영부인 버킷리스트에 따라 대통령 해외 순방국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조롱까지 나오겠는가”라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제2부속실을 폐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과 이 후보는 퍼스트레이디 역할로 포장한 정치공세를 멈추기 바란다”며 “그럴 시간 있으면 대통령 가족들 간수부터 하라”고 지적했다.
제2부속실 폐지는 지난 22일 윤 후보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윤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 후 집권하게 되면 영부인 제도를 없애겠다고 밝히며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2부속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72년 7월 신설됐다. 여성이면서 미혼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소외 계층을 위한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며 제2부속실을 그대로 운영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제2부속실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활동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윤회 문건’ 사태 직후인 2015년 1월 제2부속실은 잠시 해체됐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복원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