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단엔진 빨리 꺼진 이유는 ‘헬륨탱크 이탈’

입력 2021-12-29 14:11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지난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1차 발사 당시 산화제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리면서 헬륨탱크 이탈로 인해 3단 엔진이 조기 종료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10월 21일 누리호 1차 발사 때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을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조사위)를 통해 규명하고 29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3단 산화제탱크의 압력이 저하돼 엔진이 조기 종료된 것은 내부에 장착된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린 데 원인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헬륨탱크의 고정장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실제 비행 중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 증가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고정장치가 풀려 헬륨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했다.

1차 발사 때 누리호의 이상 징후는 이륙 후 36초가 지난 시점부터 나타났다. 비행과정에서 특이 진동이 계측됐고, 헬륨탱크에서 헬륨 누설, 산화제탱크 기체 압력 상승 등 현상이 나타났다. 이륙 후 67.6초부터는 산화제 탱크 기체 압력이 내려갔고, 상부 표면온도 또한 급격히 떨어졌다. 이륙 후 115.8초가 지난 시점부터는 헬륨탱크의 압력이 떨어지고 3단 산화제탱크의 기체 압력이 상승했다.


조사위는 헬륨탱크가 이탈 후 계속 움직이면서 탱크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누설됐으며, 산화제탱크의 균열로 이어져 산화제 또한 누설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의 양이 줄어 엔진의 조기 종료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이같은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을 위해 헬륨탱크 고정부 및 산화제탱크 구조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세부 조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환석 누리호 발사조사위원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누리호 1차 발사 시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 규명을 위한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위 위원장인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설계 시 비행 가속 상황에서의 부력 증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국민들의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철저한 보완을 통해 2차 발사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월 말부터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조사위를 구성해 누리호 1차 발사의 기술적 사항을 조사해왔다. 과기정통부 권현준 거대공공정책관은 “사업추진위원회 및 국가우주실무위원회를 통해 기술적 조치에 따른 향후 추진일정을 확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