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코끼리랑 놀아볼까…서울 시민참여형 공공미술 각광

입력 2021-12-29 10:34
지난달 서울대공원에 설치된 시민참여형 공공미술 작품 '솜사탕 코끼리'. 서울시 제공

서울대공원에는 지난달 파스텔 유리로 만들어진 초대형 코끼리 조각 작품이 들어섰다. 부모 손을 잡고 놀러 온 아이들은 총천연색 작품의 안팎을 뛰어다니거나 연신 만져보며 탄성을 내지르기 일쑤다. 어린 시절 서울대공원에서 솜사탕 하나에 즐거워했던 시민 김가연씨의 추억을 보라리 작가가 전문가 조언을 받아 구현한 작품이다.

서울시가 시민 참여형 공공미술을 기치로 내걸고 만든 ‘공공미술 시민 아이디어 구현’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관이나 전시장에 가야만 관람할 수 있던 예술 작품들이 시민의 손으로 재탄생하면서 주민들의 안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솜사탕 코끼리를 제작한 보라리 작가.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2019년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 공원에 설치한 ‘타원본부’를 처음 시민참여 작품으로 설치한 데에 이어 지난달 서울대공원의 ‘솜사탕 코끼리’,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의 ‘모래-시간’을 완성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모두 해당 지역에 추억을 가진 시민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공모를 통해 작품마다 시민 5명으로부터 개인적인 스토리를 받은 뒤 이를 작품화할 작가 4~5명을 선정한다. 시민의 이야기를 작품화하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운 만큼 작가에게 조언할 전문 건축가의 컨설팅, 그리고 서울시의 최종 심사를 거쳐 결정되는 구조다.

솜사탕 코끼리의 경우 김씨의 이야기를 너비 22m, 높이 5m의 대형 스틸 프레임에 솜사탕의 무지개 색을 뜻하는 형형색색의 파스텔 유리를 붙여 표현했다. 낮에는 햇빛을 받아 다채로운 색을 뽐내고, 저녁에는 내부 조명을 통해 빛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코끼리 코와 귀 사이를 아이들이 오가며 색과 빛 그림자를 체험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 설치된 시민참여형 공공미술 '모래-시간' 작품. 서울시 제공

‘모래-시간’은 시민 박계현씨의 육아일기 ‘b축이가 다 키웠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8살, 7살 남매를 둔 어머니가 5년간 문화비축기지에서 아이들과 보냈던 경험을 서세희 작가가 구현했다. 지름 18m, 높이 2m의 원형 구조물은 콘크리트와 자갈, 모래, 흙 등으로 구성됐다. 아이들이 자연의 순환 과정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모래-시간'을 제작한 서세희 작가.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작품화 과정에서 세 가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시민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할 것, 예술과 사람 사이 적극적인 관계를 구현해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 지속 가능한 일상의 모습을 표현할 것 등이다.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서울시 공공미술이 단지 작가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도시의 예술적 공유재로서 시민이 함께 만들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가치 있는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