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화장실서 처음 본 여학생 성폭행 20대 男…집유 왜?

입력 2021-12-29 06:28 수정 2021-12-29 10:12

법원이 한낮 도심 대형 매장에서 처음 본 여학생을 화장실에 끌고 가 성폭행한 2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게 형이 가벼워진 가장 큰 이유였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낮은 형량이라고 반발하며 항소했다.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여름 세종시에서 발생했다. 당시 지역 내 한 대형 매장을 방문한 20대 A씨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옷차림을 한 10대 여학생 2명에게 잇따라 접근해 상황을 살피다 뒤따라가 추행했다.

그는 또 매장을 돌다가 물건을 고르는 10대 여학생을 다짜고짜 남자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학생은 A씨에게 저항했으나 현장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범행 과정 일부는 CCTV에 녹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의 심각성에 비해 A씨가 받은 처벌은 가벼웠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유석철)는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7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한낮 공개된 장소에서 쇼핑하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범행 과정에서 행사한 힘(유형력)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이 사건 이전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며 “피고인과 합의한 피해자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는 1심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문을 75번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선고 이튿날 곧바로 항소장을 냈다. 검찰은 피해자의 탄원을 감안하더라도 죄질이 무거워 집행유예는 너무 가볍다는 입장이다. 항소심은 대전고법 형사합의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