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일병’ 구하기 나선 대선 주자들

입력 2021-12-29 06:00 수정 2021-12-29 06:00

동학개미의 표심을 잡기 위한 유력 대선 주자들의 공약 대결이 치열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에 불리한 제도는 손보고 주식시장을 띄우겠다는 큰 틀은 같지만 각론은 후보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질서와 규제를 강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불신하는 불공정행위 혁파를 앞세웠다. 시장 자유와 규제 완화를 중시해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세제 혜택과 금융시장 진흥에 초점을 맞춘다.

개미 출신을 자처하는 이 후보는 개인 투자자에 손해를 끼치는 자본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강하게 감시·처벌하겠다고 강조한다. 국내 주식 시장이 기관·외국인·대주주 등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후보는 임기 내 목표로 제시한 ‘코스피 5000’을 달성하려면 주가조작 사범과 펀드 사기꾼을 엄벌해야 한다고도 했다. 채이배 민주당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8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캠프의 주식시장 개혁방안을 소개하며 “소액 주주가 더 이상 뒤통수 맞지 않는 주식시장을 만들겠다”고 적었다.

이 후보 측은 대주주·경영진의 시장 교란 행위 처벌 강화와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제도 확대 등을 내세웠다. 불공정거래 시 ‘꼬리 자르기’가 가능한 인적 제재보다는 회사 자체에 대한 금전적 제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적 분할 시 자사주의 의결권이 살아나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 ‘자사주의 마법’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 증시에 대거 유입된 2030을 공략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지난달 주식 시장 발전 간담회에서 “(주식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젊은 세대에게도 나눠주고 특정 수익률을 정부가 보전하면 재정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세대에도 자산 형성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청년층이 많이 투자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유예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 국민 가상자산 지급’ 같은 설익은 정책이 제시돼 논란을 빚었다.

코스피가 배당락일을 하루 앞둔 28일 전날보다 20.69포인트(0.69%) 오른 3020.24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증시·투자 관련 언급이 적었던 윤 후보는 지난 27일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첫 번째 정책으로 세제 혜택을 내세웠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확대되는 2023년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고 장기 보유자에게는 양도세를 공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캠프 측 관계자는 “양도세 확대에 적극 반대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개미 보호를 위해 대주주 등 내부자의 무제한 지분 매도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상장 한 달여 만에 보유 지분을 대량 매각해 주가가 급락,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보았다. 이외에도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증권범죄 수사·처벌의 효율화 등을 내놓았다. 윤 후보는 향후 금융산업 진흥 등과 관련된 공약을 추가로 밝힐 예정이다.

최근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사례에서 논란이 된 ‘쪼개기 상장’에 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기존 법인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대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의 눈길을 끄는 공약이 경쟁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이 후보의 ‘자사주 마법’ 차단 대책은 재계의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윤 후보의 내부자 지분 매도 제한은 위헌 소송까지 갈 수 있다”며 “양측 다 현실성이 있는 공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