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면론에…李 “통합 저해” 尹 “장기수감 바람직 않아”

입력 2021-12-28 15:4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 주최로 열린 지방자치대상 및 한국지역발전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두 후보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요건에 대해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다르다. 두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선 자극적 발언을 자제하되 분명한 의사 표시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모양새다.

李 “MB는 朴과 달라…‘적당히 넘어가자’식 안 돼”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열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사면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통합을 저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진정한 통합이란, 사리는 분명하게 하고 책임질 건 책임지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적당히 묻어두고 막 봐주고 없는 걸로 치고 넘어가자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 충분히 응보의 결과를 만들어 냈느냐, 일반 예방 또는 특별예방이라고 하는 형사처벌의 목표를 이뤄냈느냐,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다 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 문래동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열린 '복지국가실천연대 간담회 - 청년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만나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전날에도 KBS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도 건강상에 이유가 생긴다면 사면할 수 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저는 일단 반대한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 범죄 아닌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시각이 다른 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최순실, 어쩌면 건강 상태 또 태도 이런 여러가지를 봤을 때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 수용도가 매우 높은 것 같다”며 “아마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용도가 완전히 다를 거 같다”고 설명했다.

尹 “전직 대통령 장기수감, 바람직한지 의문”

윤석열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국민 통합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거론하며 사면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윤 후보는 2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진행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이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보다 더 고령이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부여했을 때에는 우리 미래의 국가발전을 위해서 미래의 국민통합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이런 권한을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각도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이어 “전직 대통령이면 퇴직했다고 해도 한때 다 상당한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또 어떤 과오가 있어서 그 지지가 철회됐다 하더라도 새로운 권력이 (그를) 처벌한다고 나서면 많은 분이 저항할 수 있다”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라는 것이 국민통합엔 굉장히 대단히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저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있을 때도 수사팀이 저한테 의견을 물어오면 ‘조속하게 처리하고 무리는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되는 모습이 국제적으로나 우리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나 그게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해선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발표된 지난 24일 회견에서도 이 전 대통령이 사면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사면 필요성을 내비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진행자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정부는 오는 31일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