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등교 거부하는 청소년

입력 2021-12-28 10:47

중학교 2학년 여학생 J는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 친구 3명과 사소한 일로 다투고 마음 울적해 하더니 학교를 안 가려 한다. 등교하라고 다그치는 부모에게 소리를 지르며, 자해를 위협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며 상처 주는 말을 하였고, 따돌림 받는 느낌을 받았으나 친구들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참고만 있다가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 거다.

어려서부터 J는 속마음을 털어놓질 않았다. 말수가 유난히 적었다. 하지만 J의 기억은 전혀 달랐다. 부모님께 힘들다고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너무 가혹하게 공부를 시켜서 학원이 너무 힘들다고 말해도 엄살이려니 생각하고 무시했다. 그러다가 학원에서 크게 사고를 치고서야 학원을 바꿔주곤 하였다고 한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그런 식의 말과 행동을 학습한 J는 자신의 욕구를 말로 표현하거나 불만을 말로 표현하여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아무도 내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믿어 주지 않아요’ ‘내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결국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이예요’라며 냉소적으로 말하였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조차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식의 사과를 하든,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고 오해를 풀거나 이해해 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학교를 그만두어야지 그 애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될 걸요!’ 라고 말했다.

청소년 중에는 말로 자신이 진짜 의미하는 것을 표현하기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말을 포기한다.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시키고 의사소통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인 ‘말’을 포기하고 자신을 내던지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감정을 암시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의 의미를 상대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청소년들은 생각한다. ‘부모, 선생님, 친구 등 모든 사람이 내가 얼마나 화가 나는지, 불행한 지, 혼란스러운지 알았으면 해. 만약 학교 안가기를, 소리 지르기, 자해를 멈춘다면 그들은 모든 것이 다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겠지.

J는 부모와의 관계에선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해왔지만 친구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설사 자신이 원하는대로 친구들이 한 두번 행동해 준다하더라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상대를 몹시 화나게 할 수 있어 모두들 지치고 등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동, 비록 그것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일지라도, 이을 멈추는 것은 패배를 의미하므로 행동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이 속으로 이미 버린 관점도 끝까지 고수하려고 한다.

먼저 부모와의 의사소통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강력한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자신을 신뢰하고 경청해주며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렇게 경청해 줄 때 이기려고만 하는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바라볼 수 있다. 사실 J는 스스로도 자퇴하는 것에 대해 딜레마를 갖고 있었고, 학교에 돌아가지 않을 때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신이 도움 안 되는, 손해보는 싸움, 즉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가 커지는 싸움에서 언제 ’손절‘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 될까?’ 하는 관점으로 이야기 해보는 것이 낫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