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영아 강간·살해범, ‘사이코패스’ 판정받았다

입력 2021-12-28 06:28 수정 2021-12-28 10:38
생후 20개월된 동거녀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해 살해한 양모(29)씨가 지난 7월 14일 대전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를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생후 20개월 된 동거녀 딸을 성폭행하고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받은 20대 남성이 반사회적 성격장애인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살해와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양모(29)씨는 ‘PCL-R’(Psychopathy CheckList Revised)이라고 불리는 체크리스트에서 총점 26점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40점 만점 기준의 PCL-R 총점이 25점 이상일 경우 고위험군(사이코패스)으로 분류된다. 총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리스트는 충동성과 냉담성 등 사이코패스 여부를 평가하는 데 쓰인다.

지금까지 사이코패스로 알려진 범죄자로는 연쇄살인범인 유영철(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29점),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 등이 있다. 양씨보다 총점이 1점 낮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25점)도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생후 20개월 된 동거녀 딸을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20대 남성이 중형을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12부는 지난 22일 아동학대 살해·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29)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영아 성폭행·학대 살해범 선고 공판 날 대전지법 앞에 놓인 엄벌 촉구 피켓. 연합뉴스

양씨는 정신병적 특성으로 인한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범죄 재범위험 평가와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도 ‘높음’으로 나타났다.

앞서 양씨는 지난 6월 15일 새벽 술에 취한 채 동거녀 A씨의 딸을 이불로 덮은 뒤 수십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등 폭행해 숨지게 했다. 그러고는 정씨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숨겼다. 양씨가 살해 전 아기를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양씨는 범행 후 경찰 추적을 피해 도주하면서 심야에 마트 등지에서 먹거리와 금품을 훔쳤다.

양씨 1심을 심리한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20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그러나 검찰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항소했다. 앞서 검찰은 양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성 충동 약물치료 청구 명령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도 다시 다투기로 했다. 성 충동 약물치료는 이른바 ‘화학적 거세’라고 불린다.

검찰은 양씨가 피해자를 죽도록 때린 뒤 강간한 점, 피해자 외할머니(동거녀 모친)에게 성적 자극 언어를 사용한 정황, 주변 사람에게 성도착적 공격성을 보인 사실 등을 감안하면 화학적 거세 사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재판부는 성과 관련한 심리상태에 대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추정된다’는 감정 결과와 별개로 “범행 당시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거나 “장기간 징역형 선고와 더불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하는 만큼 치료 명령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항소심은 대전고법 형사부에서 열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