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는 올해 사상 첫 3000고지를 넘어서며 역사적인 한 해를 보냈다. 반복된 코로나19 유행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같은 각종 변수에도 주가지수는 꺾이지 않았다. 75조원어치를 사들인 동학개미의 힘과 각국이 푼 막대한 유동성이 원동력이 됐다. 유례없는 호조를 보인 2021년 장세를 예상한 증권사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말 주요 증권사가 밝힌 ‘2021년 코스피 전망’에 따르면 가장 높은 지수를 제시했던 KB증권의 예측치가 가장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KB증권은 올해 코스피가 최고 3300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는 개장일인 1월 4일 2874.5에서 시작한 후 전고점을 여러 차례 경신하며 3305.21까지 올랐다. 폐장을 사흘 앞둔 27일에는 2999.55로 마감했다.
올해 코스피가 ‘삼천피’(3000+코스피)를 넘어 3300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본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했다. 신한금융투자(3200)와 삼성증권(3100), 대신증권(3080) 등이 그다음으로 높게 전망하며 가깝게 예측했다. 반면 NH투자증권(3000), 하나금융투자(2900), SK증권(2900), 메리츠증권(2800) 등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았었다.
증시 호조를 예상한 증권사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로 경기가 정상화되고, 기업의 실적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8% 증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저금리 기조를 오래 가져간 것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하락장에서도 낙폭을 줄이며 달라진 기초 체력을 보였다.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가 번지면서 기록한 연중 최저점(2839.01)은 지난해 예상치보다 훨씬 높았다.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코스피 등락 범위의 하단은 2400∼2650 수준이었다.
내년을 바라보는 증권사의 시선은 중립에 가깝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코스피가 2800~3400 사이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대체로 올해와 비슷한 박스권에서 주가지수가 형성된다고 본 것이다. 올해 정답에 가까웠던 KB증권은 코스피가 최대 3600까지 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코스피 등락 범위로 2740~3150을, 대신증권은 2610~3330을 제시하며 상단이 제한되거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기준 금리 상승, 미·중 갈등,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이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높은 가계·기업의 부채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위드 코로나와 대선 등 이벤트가 있는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주가 흐름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경우가 많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3000~3400, 하반기 2800~3200의 ‘상고하저’ 경로를 띌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차기 주도주로는 반도체와 자동차, 미디어·엔터, 건설 등 업종이 꼽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