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환자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하 기증원)은 부산에 거주하던 윤성호(39)씨가 지난 21일 부산대병원에서 폐, 간, 췌장, 양쪽 신장, 오른쪽 안구와 이 밖의 인체 조직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27일 밝혔다.
윤씨는 경남 거제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건강한 청년이었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두통에 시달렸고 갑자기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컨디션을 회복했지만 퇴원을 하루 앞두고 뇌출혈이 발생해 안타깝게도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가족은 의료진과의 면담을 통해 장기기증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주는 게 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두세 명에게라도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내린 결정이었는데, 그 기대를 넘어 아들은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려냈다. 또 조직기증으로 100여명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었다.
20년 이상 시내버스 기사로 일해온 아버지 윤종규씨는 “넉넉지 못한 형편에 제대로 가르칠 여유가 없었음에도 아들이 공부며 인간관계며 스스로 알아서 잘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윤씨는 아들이 어릴 적부터 고운 심성을 가졌고 중학교 때는 전교회장을 맡고 성적도 늘 우수했던 ‘모범생 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담배도, 술도 하지 않았던 아들이기에 누구보다 건강한 장기를 선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렵게 내린 결정인 만큼 받으시는 분들이 건강을 잘 회복하면 좋겠고, 그것만이 우리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우리 아들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면서 “신이 나에게 훌륭한 자식을 주셨는데 끝까지 지키지 못해 면목이 없다”며 아들을 향해 미안해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하나뿐인 아들을 떠나보내는 심정을 우리가 어떻게 감히 말할 수 있겠나”라며 “가족의 진심이 많은 생명을 살리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사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