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아픈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편의 도장을 위조해 전입신고를 한 아내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자녀 양육을 위해 도장을 위조한 아내의 행위가 사회 윤리나 통념에 비춰볼 때 용인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인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아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7월 이혼소송 중이던 남편 B씨와 양육권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도장집에서 몰래 도장을 위조해 아들의 전입신고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남편과 따로 살던 A씨는 3살 된 아들이 아프자 직접 돌보기 위해 같은 해 10월 친정집이 있는 인천으로 데려왔다. A씨는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아이를 낮에는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배우자의 동의 없이 인천으로 전입할 수 없게 되자 남편의 도장을 위조해 전입신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1심은 “A씨는 남편과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승낙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면서 A씨의 도장 위조 행위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생후 30개월에 불과하고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막내 아이의 복리를 고려해 친모로서 한시적으로나마 돌보려는 목적으로 친정집에 데려왔다”면서 “A씨는 낮에는 친정집 근처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필요가 있어 전입신고를 하려고 B씨의 도장을 조각했고, 이 용도로만 도장을 1회 사용했다. 이런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이혼소송 전부터 자녀양육에 더 관여해 왔고 필요한 경우 남편의 도장을 대신 사용했던 점도 참작됐다. A씨는 별거 후 자녀 관련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수십 번 보냈지만 B씨는 회신하지 않았고, 막내 전입신고 이후에야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심은 “B씨가 법익을 침해당했지만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아이의 복리와 남편의 방해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던 A씨의 행복추구권도 균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A씨의 인장 위조·사용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인 사회 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며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지난 16일 판결을 확정했다.
형법 20조는 사회 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정당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고, 다른 사람의 법익을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았으며, 다른 수단이 없는 긴급한 상황이었다면 정당한 행위로 인정된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