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는 김건희 허위 이력, 사기·위조 혐의 성립될까

입력 2021-12-27 18:28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자신의 허위 이력 기재 의혹에 공개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사법처리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 되고 있다.

김씨 측은 부정확한 기재로 경력을 부풀렸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허위’로 단정할 순 없으며, 이 과정에서 증명서 위조 등의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반면 여권에선 업무방해와 사기, 사문서 위조 등 혐의 적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선 김씨의 의혹이 공소시효가 10년인 사기죄로 볼 수 있는지와 증명서 위·변조 여부 등이 쟁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이런 혐의들이 인정되기 어려워 보이지만, 범죄 구성 요건을 개별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씨의 허위 이력 기재 논란이 불거진 겸임 교수·시간 강사 재직 기관은 한림성심대(2001년) 서일대(2004년) 수원여대(2007년) 안양대(2013년) 국민대(2014년) 등이다. 김씨는 안양대와 국민대에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영락여상 미술 강사 경력을 ‘영락고등학교 미술 교사(2급 정교사)’,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EMBA)를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등으로 기재했다.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연합뉴스

먼저 김씨가 이력서상 재직 기간을 채용 요건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늘린 사실이 있는지, 그의 잘못 기재한 경력 탓에 탈락한 다른 지원자가 존재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씨가 부풀린 경력으로 다른 지원자를 밀어내는 등 채용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면 업무방해나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허위 이력 기재로 채용돼 급여를 받은 행위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게 판례에 따른 해석이라고 한다.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의 진위 여부도 핵심 중 하나다. 사문서위조죄는 자기 명의의 문서에 대해선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김씨 본인이 허위 경력을 이력서에 기재한 것으로는 해당되지 않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위조된 서류 없이 단지 이력서만 과장한 정도라면 형사 처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씨가 경력을 증명하기 위해 발급받은 서류에 ‘손’을 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김씨 측은 회장 직인 진위 논란이 있었던 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에 대해 “비상근직이 법인 인감을 도용·위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다른 경력의 경우도 해당 회사에서 사용하던 도장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사문서위조죄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수원여대 제출 시점에서 시효가 지난 상태다.

일각에선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이 상습 범행일 경우 마지막 범죄 시점부터 첫 범죄까지 묶어서 시효 적용이 가능하다는 ‘포괄일죄’를 거론한다. 그러나 김씨가 여러 기관에 각기 다른 문서로 경력을 부풀렸다면 ‘상습’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개별 건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편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