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폭설 대민지원, 병사가 해야돼?”…뭇매맞은 육군

입력 2021-12-27 18:20
지난 26일 강원 지역에서 민간 제설 지원 작업을 하고 있는 장병들. 육군

“장병들이 주말 휴일에 대민지원을 나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쥐꼬리 같은 월급 주면서 주말에는 좀 휴식권을 보장해라.”

육군이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민간 제설 지원 작업을 하는 장병들의 사진을 올리자 쏟아진 댓글이다. 지난 24~25일 강원 영동 지방에는 폭설이 내려 제설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인근 부대 육군 장병들이 제설 대민 지원 작업에 투입됐다. 강원 양양, 속초 지역 소재 독거노인 주거지 일대를 지원했고 육군은 이 작업을 홍보하는 사진을 올린 것이다. 육군은 “폭설로 보급선이 막히면 원활한 작전은 물론 장병들의 의식주까지 위협 받는다. 장병들에게 제설은 작업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육군 페이스북의 해당 게시글에는 댓글이 27일 오후 6시 기준 댓글이 700개 넘게 달렸다. 한 누리꾼은 “촬영한 간부들 이름 말고 실제 작업한 장병들 이름을 올려라. 참여한 장병들에게 어떤 보상을 했는지도 알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최저시급도 안 주고 휴일에 부려먹었으면 평일에는 쉬게 해주나” “고생한 병사들 이름은 쏙 빼고 따라가 사진 몇 장 찍은 간부 이름만 게시글에 올려놨다” “군인은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휴일엔 힘을 보충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육군은 관련 댓글에 대해 재차 댓글을 달아 “공무원과 장병들이 모두 함께한 현장이었다. 영동 지역은 기후 특성상 민관군이 힘을 합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진에 공무원은 한 명도 안 보인다”는 반박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난 26일 강원 지역에서 민간 제설 지원 작업을 하고 있는 장병들. 육군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병역 문제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시각, 장병들의 높아진 권리의식 등으로 인해 이 같은 반발이 제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민지원에 대한 반발에는 최저임금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병사들의 월 급여 및 열악한 근무환경도 한몫을 하고 있다.

다만 군이 제설 대민 지원에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국민들이 눈에 고립돼 있는데 지켜만 보고 있는 게 군대인가. 제설 작업을 욕하기보다는 장비를 잘 갖춰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