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할 때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등 의견수렴 절차가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27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부지로 선정되기를 원하는 기초지자체는 사전에 지역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고, 필요 시 인근 지역과 협의한 후 부지 적합성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적합성이 확인되더라도 최종 부지 결정에 앞서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37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한다. 37년 중 초반 13년 동안 부지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후 7년 안에 해당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한다.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는 기존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50만4809다발로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김 총리는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관리시설 유치 지역 지원을 위한 범정부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담조직 설치와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간저장시설이 운영되면 원전 내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지체 없이 반출하고, 원전 지역 간 사용후핵연료 이동을 제한한다는 점을 기본계획에 명시했다.
그러나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 보관토록 한 것을 두고 원전 소재지와 주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빛·고리 원전은 2031년, 한울은 2032년, 신월성 2044년, 새울 2066년에 각각 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된다.
부산·울산·전남·경북 등 원전 소재지 광역지자체와 기장군·울주군·울진군·경주시·영광군 등 전국 5개 원전 소재지 지자체로 구성된 행정협의회는 이날 기본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건의서와 공동성명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부산과 울산의 탈핵 단체도 “원전이 소재한 경주·울산·부산은 대표적인 지진 위험 지역임에도 정부가 적합성을 따지지 않고 계획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원전 지역 주민과 지자체,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지난 7일 기본계획을 행정예고 한 후 원전 소재지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며 기본계획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영선 기자, 부산=윤일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