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순서 조작 ‘골때녀’ 제작진 교체… 시즌1도 조작 있었다

입력 2021-12-27 18:06
사진=골때녀

SBS 스포츠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경기 순서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방송사 측이 책임 PD와 연출자 등을 교체하기로 했다. 득점 순서 조작은 최근 방송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종영된 시즌1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SBS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골때녀) 편집 논란과 관련해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팀을 재정비하기 위해 오는 29일 방송분은 결방한다.

‘골때녀’의 경기 조작은 오래전부터 계속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SBS 측은 “시즌 1, 2의 모든 경기를 자체 조사한 결과 일부 회차에서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즌1은 지난 6월 16일부터 10월 6일까지 방송됐다. 방송사 측은 경기 순서가 뒤바뀌긴 했으나 경기의 승패는 바뀐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골때녀’는 올해 가장 사랑받은 예능 중 하나였다. 여성 연예인들이 다소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해 축구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 경기에서 경기 순서 조작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다른 경기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 24일 제작진은 조작 사실을 인정하며 두 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시청자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 해설을 맡은 배성재 아나운서는 후시녹음으로 잘못된 경기 정보를 전달했다며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배 아나운서는 경기 순서가 바뀐 영상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녹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중의 비판은 프로그램에 감독으로 출연한 김병지 황선홍 이천수 최진철 최용수 이영표 등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에게로 번지고 있다. 실제 경기 상황과 다르게 편집된 방송을 보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제작진 교체에도 불구하고 ‘골때녀’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이 훼손된 이상 경기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방송가에서 프로그램 조작은 민감한 문제다. 과거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제작진이 투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담당 PD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걸그룹 선발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 역시 투표 조작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