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 이후 일부 식당과 카페 등에서 백신 미접종자들의 ‘혼밥(홀로 식사)’ 거부를 넘어 포장해서 가는 것까지 막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미접종자들은 이에 반발해 해당 가게 목록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백신 미접종자 거부 식당 리스트를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는 미접종자 혼밥 거부 식당 외에도 미접종자의 포장 주문도 막는 식당과 카페 이름이 공유됐다. 이 리스트에는 2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이용자는 “평생 박제해 불매하겠다”고 적었다. 해당 매장 관계자는 “식사 포장을 해서 가더라도 미접종자는 매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안내를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미접종자는 식당·카페를 홀로 이용하거나 포장 및 배달만 허용한다’는 내용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미접종자들도 매장 내에서 혼자 식사를 하거나 포장 주문을 하는 것은 방역 패스 없이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일부 가게에서 임의로 방역 지침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곳곳에서 혼란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개설된 ‘비접종 차별 업장’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7일 기준 가입자가 7000명을 넘었다. 26일 개설된 ‘미접종 식당 지도’라는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현재까지 400여개의 미접종자 거부 식당 이름과 위치가 공유됐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매장 이름과 함께 “포장만 해서 나가려고 하는데도 ‘미접종자는 들어오지 마라’고 해 한파에 밖에서 떨어야 했다” “빵을 골라서 나가려는데 ‘미접종자는 출입 금지’라고 하면 사실상 포장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 글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갈등이 확산되자 정부는 이날 “백신 미접종자의 시설 입장 금지를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방역패스는 미접종자가 감염 전파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가 아니라 미접종자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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