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남편 도장 위조해 아이 전입신고… 대법 “사회상규상 무죄”

입력 2021-12-27 15:40 수정 2021-12-27 15:44
국민일보DB


생후 30개월 된 아픈 아들을 돌보기 위해 이혼소송 도중 남편 도장을 위조해 자신의 주거지에 전입신고한 여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범행동기 등에 비춰볼 때 여성의 행위는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형법상 사인위조 및 위조사인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7월부터 남편 B씨와 이혼소송에 들어갔다. 소송 도중인 그해 10월 A씨는 B씨의 허락 없이 B씨 이름으로 막도장을 팠다. 어린이집 등록을 위해 아들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A씨 자신의 주소지로 이전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아들의 전입신고서에 세대주를 남편으로 기재한 뒤 위조한 도장을 찍어 주민센터에 제출했다.

1심은 A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B씨가 A씨에게 인장을 조각하는 것을 당연히 승낙했을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며 “B씨의 명시적·묵시적 승낙을 받지 못했고, 승낙이 당연히 추정되는 상황이 아님을 인식하면서도 B씨 명의의 사인을 위조하고 행사한다는 점에서 범의가 있었다”고 판결했다. 다만 “범죄전력이 없고 자녀를 어린이집에 등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반면 2심은 1심과 달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생후 30개월에 불과하며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아들의 복리를 고려해 친모로서 한시적으로나마 돌보려는 목적으로 A씨의 주거지인 친정집에 데려왔다”며 “낮에는 친정집 근처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그를 보낼 필요가 있어서 전입신고를 하려고 막도장을 조각·사용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양육’을 목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부당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B씨는 자신의 인장이 위조됐다는 법익 침해가 있기는 했지만, 반대 보호이익으로서 자녀의 복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A씨의 행위는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온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