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사진 든 칠레 대통령…숨은 일등공신은 K팝?

입력 2021-12-27 15:35
트위터 캡처.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 가브리엘 보리치(35)의 ‘K팝 사랑’이 화제다. 칠레 현지 언론들은 보리치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K팝 팬덤’에 주목하는 기사도 내놓고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지난 20일 당선 직후 K팝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멤버 정연과 ‘스트레이키즈’ 한의 포토카드를 들고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찍은 사진으로 전 세계 누리꾼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1986년에 태어난 보리치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며 좌파연합 후보로 출마한 그는 55.9% 득표율로 당선됐다.

칠레 일간 라테르세에 따르면 보리치는 30대 미만 여성 유권자 그룹에서 전국 16개 지역 중 15개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팝 팬 중 일부가 보리치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조직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차 투표에서 보리치가 극우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에 밀려 2위를 기록하자 K팝 팬들은 ‘보리치를 지지하는 K팝 팬들(Kpopers por Boric)’이란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이어 K팝 스타와 보리치를 합성한 이미지 등 1600여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보리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이들은 온라인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지난 16일 산티아고의 카페에서 보리치 캐릭터를 새긴 컵 홀더 ‘굿즈’를 제작해 나눠주기도 했다.

트위터 캡처.

보리치도 K팝 팬들의 지지에 화답했다. 그는 이달 초 K팝 팬들로부터 받은 케이크 등 선물을 개봉하는 틱톡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 등에서는 블랙핑크 등 K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실제 K팝 팬들의 지원 활동이 보리치 당선에 어느 정도 이바지했는지를 측정하긴 어려우나 현지 언론들은 K팝 팬들의 활동에 주목했다. CNN 칠레는 대선 직전 “대선을 앞두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같은 플랫폼이 K팝 팬들이 자신의 후보 취향과 두려움, 의견 등을 표시하는 창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보리치뿐만 아니라 상대 후보였던 카스트도 K팝 팬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트위터에 “K팝 관련 무언가를 해볼까요?”라며 팬과 전문가들의 동참을 요청했고 이달 초 그 결과물로 K팝 선거송을 공개한 바 있다.

트위터 캡처.

보리치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케이팝 팬들은 보리치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라이트 스틱 챌린지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라이트 스틱 인증사진을 찍어 저마다 SNS에 올리고 있다.

박채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