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선 행복하렴” 의류수거함서 숨진 아기 추모 물결

입력 2021-12-27 15:35 수정 2021-12-27 15:36
지난 19일 영아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의류수거함에 27일 오전 추모 메시지와 물품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아가야 너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해 미안해. 어른이라서 너무 미안하구나. 부디 그곳에서는 사랑 많이 받고 아픔 없이 쑥쑥 잘 자라렴.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뿐이라서 정말 미안하다.”

27일 경기 오산시 궐동 길거리에 위치한 한 의류수거함에는 이 같은 추모 메시지를 담은 편지 여러 장이 붙어 있다.

이 의류수거함에서는 지난 19일 오후 11시30분쯤 수건에 쌓인 채 알몸 상태로 숨져 있는 남자 아기가 발견됐다. 아기는 헌옷을 수거하던 한 남성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아기는 탯줄이 달린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기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오산시 궐동의 한 의류 수거함에 27일 오전 시민들의 추모편지와 물품들이 놓여있다. 뉴시스

경찰은 의류수거함 인근 CC(폐쇄회로)TV를 분석해 아기를 유기한 친모 A씨(20대)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의류수거함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의류수거함 앞 놓인 테이블 위에는 ‘컵쌓기 놀이’ 장난감, 우유, 분유, 젖병, 기저귀, 촛불, 국화 등이 올라와 있다. 종이컵에 쌓을 담아 향을 피운 흔적도 있었다.

테이블 주변에는 “지켜 주지 못한 어른들이 미안하다” “하늘의 별이 된 아가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를” “그 추운 곳에서 얼마나 울었을까. 다음 생에는 널 많이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만나서 행복하길 기도할게” 등의 추모 메시지도 붙어 있다.

기된 영아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오산시 궐동의 한 의류 수거함에 27일 오전 시민들의 추모편지가 붙어있다. 뉴시스

친모 경찰에서 “남편 임신 사실 몰라, 숨기려 유기”

아기를 유기한 친모 A씨는 경찰에서 “남편 모르게 임신해 낳은 아기라 이를 숨기기 위해 의류수거함에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남편 B씨와 한동안 별거를 하다가 지난 10월부터 다시 동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도 A씨가 체형이 변한 줄로만 알았고 임신했던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기는 남편 B씨의 아기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경찰은 아기의 사망 원인 및 시점을 정확히 알기 위해 부검을 진행했다. 부검 결과에 따라 A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