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기한 ‘토론 무용론’을 고리로 여권의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행정 경험을 쌓은 이 후보의 정책 능력을 적극 어필하기 위해 윤 후보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고자 총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반등한 것으로 조사되며 기세를 잡은 이 후보가 검사 출신인 윤 후보에 맞서 경쟁력을 부각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이재명 “토론 피해서 안 돼” 임종석 “후보 자격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7일 페이스북 글에서 “정치인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리인인 만큼 더더욱 토론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믿음”이라며 윤 후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토론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고, 사회적인 합의를 끌어낼 수 없다”며 “주권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치인은 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정치인은 주권자에게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동의를 얻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에도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해 윤 후보의 발언을 ‘민주주의와 정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규정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치라는 건 본질이 이해관계 조정이다. 조정 과정을 피해 버리면 정치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며 토론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인 그는 윤 후보를 겨냥해 “토론을 피하는 후보는 후보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며 토론이 말 잘하는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 거라는 예단은 착각이고 나약함”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모든 제도는 약점과 한계를 안고 있다”며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는 인류가 실험한 정치 형태 중 가장 발달한 제도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은 선거이고 선거에서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단은 토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갖 비방과 네거티브로 얼룩지며 국민의 기대와는 점점 멀어지는 선거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고 정책 경쟁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후보들의 토론장을 대폭 확대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격투기가 아니다”며 “선거는 국민의 채점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고 그 채점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종합예술”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면 애당초 선거에 뛰어든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후보 간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尹 “많은 정책토론, 도움 안 돼…” 민주당 “국민 무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도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국민을 무시했다”고 직격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브리핑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후보에게 “지금이라도 국민께 사과하고 토론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하며 “토론만큼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하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후보의 토론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을 대표해 서로의 주장을 경청하며 동의를 끌어내고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과정”이라며 “토론을 거듭할수록 주장과 방향이 선명해질 것이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추진력을 강화할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 토론 누가 봤냐’는 식의 셀프디스로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윤 후보 눈엔 ‘쓸데없는 싸움’처럼 보일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며 “정책 토론을 하지 않고 도대체 무엇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말인가. 네거티브로 상대를 흠집 내고 정부 정책을 모조리 부정하면서 발목 잡는 구태정치를 반복하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은 토론을 말싸움 취급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4월 선관위 조사에서 유권자의 98.1%가 후보자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거듭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토론을 하면 서로 공격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토론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나라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는데 그 사람의 어떤 사고방식이나 이런 것을 검증해 나가는데 정책토론을 많이 한다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시청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면서 “그런 기회가 많아야 하지, 토론하게 되면 결국 싸움 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정쟁으로 번질 수 있는 토론보다는 공약 발표를 보고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게 낫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 경선 때 (토론을) 16번 했지만, 그 토론 뭐 누가 많이 봤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