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관 외에도 심장, 뇌 등 신체 모든 기관으로 며칠 내 퍼진 후 수개 월간 체내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감염 후 심각한 증상이 없는 어린이, 청소년 감염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의 대표적인 후유증으로 꼽히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머리에 안개가 낀 듯한 증상)를 유발하는 원인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환자 44명을 부검하고 장기조직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3일 공개됐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연구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도와 폐 등 호흡기관에만 머물지 않고 감염 후 수일 만에 심장, 뇌 등 전신의 세포로 퍼져나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검 사례에서는 증상 발현 후 230일이 지난 뒤에도 체내 곳곳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간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들 중 상당수가 장기간 만성피로, 우울증,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해왔다.
연구진은 전신에서의 바이러스 검출은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을 보인 환자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계없는 합병증으로 숨진 한 청소년 시신을 부검한 결과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아니어도 전신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심각한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어린이들도 전신 감염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는 증상이 나타난 지 한 달 이상 지난 후 사망한 6명의 부검 환자 뇌에서 모두 검출됐다.
병원체나 위험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지 못했다.
미 세인트루이스 재향군인병원의 지야드 알-알리 임상역학센터장은 이번 연구에 대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뇌 영역과 관련된 연구는 코로나 감염 후 나타나는 ‘브레인 포그’ 등의 증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코로나19 감염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몇 주 혹은 몇 달 이상 지속되는 다면적인 전신 이상 반응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