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패션 트렌드는 화려한 색상, 창의적인 패턴, 과감한 실루엣 등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려함으로 팬데믹의 분위기를 반전하는 이른바 ‘보상패션’의 등장이 예고됐다. 패션업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은 물론이고 가상공간에서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7일 삼성패션연구소의 ‘2022년 패션 시장 전망 및 2021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에 따르면 내년도 패션 시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빠른 회복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이 키워드를 ‘A TEMPO(아템포)’로 요약했다(아래 표 참조).
‘보상패션’이 이끄는 새로운 트렌드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였던 지난 2년간 패션 트렌드는 원마일웨어나 라운지웨어가 대표적이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나 집근처에서 입을 수 있는 편한 복장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 트렌드는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를 맞는 내년에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내년 트렌드를 창의성과 화려함으로 요약했다. 보고서에서는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보여줄 수 있는 경쾌한 색감, 다채로운 꽃무늬나 프린트 등 억눌렸던 팬데믹 기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고 적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보상패션이 취향과 창의성 존중의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지갑은 완벽하게 자신의 취향을 저격할 때만 열린다. 특히나 취향이 분명한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취향 존중 트렌드가 견고해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원마일웨어 등 편안함을 추구하는 라운지 패션이 지배적이었다면 내년에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도 트렌드의 변화를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1990년대 세기말 패션의 재등장,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실루엣 아이템, 재택 패션을 대신하는 화려하고 대담한 파티룩이 등장할 것”이라며 “편안함과 포멀함의 균형을 맞추며 색상, 프린트 등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즌을 예고한다”고 전망했다.
패션을 즐기는 방식…오프라인부터 메타버스까지
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 패션 시장을 전망하면서 “메타버스가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구찌의 가상스토어 ‘구찌빌라’에서는 신상품 가방을 판매하고 디오르 랄프로렌 등도 메타버스 공간에 입점했다. 나이키는 가상 패션전문 NFT스튜디오인 RTFKT(아티팩트)를 인수했고, 버버리 돌체앤가바나도 NFT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경쟁은 ‘차별화된 경험’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얼마나 남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시장을 공략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이를 위해 ‘패션 브랜드’라는 영역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2~3년 사이 패션업계가 패션 브랜드 사업뿐 아니라 식음료 분야로까지 확장해나가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코로나 시국의 속도감이 사회 전체에 피로감을 주고, 회복국면에 접어든 패션시장이지만 코로나 이전의 속도감 있는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급격해서 불안했던 사회적 변화의 속도는 안정적으로 숨을 고르고, 패션시장은 이전의 규모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힘껏 페달을 밟아야 할 때” 라고 말했다.
올해 패션 시장은…
올해 패션 트렌드는 원마일웨어로 대표되는 라운지 패션, ‘레깅스-골프웨어-테니스웨어’로 이어지는 클럽 스포츠의 부상, 명품과 희소성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인기 상승으로 요약된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차인 올해 패션시장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의류업계 대부분이 역신장 성적표를 냈으나 올해는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명품이 중심이 된 ‘보복소비’에 패션업계가 함께 올라타면서 실적 상승을 끌어낼 수 있었다.
패션업계는 4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4분기는 고가의 아우터를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전통적인 성수기다. 올겨울 맹추위가 예상됐던 데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예측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20% 안팎의 성장이 예상되고, 2019년에는 못미친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 해도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에 따라 내년도 전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