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판정에 불복한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해도 반년은 기다려야 결론이 나오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법정 처리 기한을 훌쩍 넘기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납세자만 속을 끓는 형국이다. 특히 세무조사로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어져 조세심판원 문을 두드린 영세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판정이 늦어질수록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는 점 때문이다. 공정한 심판을 위해 불가피하게 시일이 걸리는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억울한 납세자 방지를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심판 청구하면 평균 170일 걸려
국민일보가 26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조세심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조세심판 건 당 평균 처리 기간은 170일에 달한다. 국세기본법 상 규정한 처리 기한(90일)의 두 배에 달하는 기간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금액이 적을수록 걸리는 기한이 짧아지기는 한다. 그래도 대부분 법정 처리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다.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청구세액 3000만원 미만 심판 청구 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123일로 집계됐다. 이 중 87.2%가 처리 완료까지 91일 이상 걸렸다.조세심판 절차 속 맹점이 영향을 미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국세청 답변이 거론된다. 납세자가 조세심판을 청구하면 사건 조사와 조세심판관 회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 중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가 ‘국세청 답변’이다. 납세자가 제기한 이의에 대해 국세청의 판단을 묻는 절차다. 국세기본법 69조에 따르면 이 절차는 10일 이내에 마무리돼야 한다. 다만 국세기본법에는 이 기한을 넘겨 제출할 경우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다. 늦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납세자가 세금 통지서를 받아 든 이후 반드시 90일 이내에 조세심판 청구를 해야한다는 점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세정 당국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현재는 대부분 세무서들이 10일 규정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조사로 심판 청구하는 영세 사업자 ‘어쩌나’
세무조사 건과 관련해 조세심판을 청구한 영세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답답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개인 사업자 3995곳 중 81.8%인 3267곳의 매출액이 50억원 이하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세무조사에 따른 납세 의무 외에 부실 자산을 우려한 금융권의 대출 제한 여파도 감내하게 된다. 악의적으로 탈세를 자행한 업체라면 당연한 벌칙이지만 억울한 곳 입장에서는 사업이 흔들릴 위기를 겪는다. 신속한 조세심판 결과를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조세심판원 등 조세불복절차를 통한 판정 등 최종 결정이 있어야 사업 정상화가 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조세심판 결과가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면 시일이 걸리더라도 신중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청구 금액이 클수록 처리 기간이 더 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납세자 편의를 위해 경중을 판단해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상존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0월 25일 ‘2022년도 예산안 기재위 분석자료’를 통해 “불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납세자는 조세를 납부해야 하고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가 발생할 수 있어 결정이 지연될수록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