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부부에 선물될까… 법원 “동양대PC 증거 안쓴다”

입력 2021-12-26 18:2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지난 24일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등에서 나온 자료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그 의미와 영향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1·2심이 “강사휴게실 PC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수집·분석할 때 피의자나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할 의무가 없다”고 한 것과 다른 판단이다. 이에 “법원이 조 전 장관 부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다”며 조 전 장관 부부 1심은 물론 정 전 교수 상고심에서도 무죄 판단이 나올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판사 마성영)의 조치를 피의자 참여권을 중시한 획기적 판단으로 보면서도 곧장 무죄 판결까지 예단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며 제시한 근거는 지난달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지만 이를 이번 사건과 완전히 동일선상에 놓고 적용하긴 어렵다는 이유였다. 당시 대법원은 피의자가 아닌 제삼자로부터 임의제출받은 정보저장매체 역시 ‘영장에 의한 압수’처럼 피의자 측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증거로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달 대법원 판단은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에 한정된 것이었다. 여러 법관은 “피의자가 소유·관리하지 않는 제삼자 소유·관리 물건에 대해서도 피의자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새로운 대법원 판단이 없다”고 했다. 동양대 PC는 수년간 방치돼 소유권을 알기 어려운 것이었고 정 전 교수 스스로 본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검찰은 주거지 하드디스크 또한 정 전 교수가 증거은닉을 위해 스스로 관리권을 이전한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물론 대법원이 향후 “꼭 소유자가 아닌 정보주체라 해도 참여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다른 굵직한 사건들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예상이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임의제출된 전직 대검찰청 대변인들의 공용 업무전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단서들이 발견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PC 역시 ‘소유자가 아닌 정보주체’의 참관 여부가 공방이었다. 정보주체나 ‘주된 사용자’ 개념 자체가 모호한 것이며 이들의 참여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예컨대 수사기관이 통신사 기지국의 자료를 제출받는다면, 무수한 전화번호의 주인공을 일일이 찾아 참관시켜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 전 교수 사건 상고심 결론은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됐다. 동양대 PC를 빼고 판단해도 앞선 결론이 뒤집히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정 전 교수 사건 1심은 “설령 그것들(동양대 PC)이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2심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최성해 전 총장이 정 전 교수에게 표창장을 발급하거나 재발급을 승낙한 적이 없는 점, 기재 사항이 총장 명의 다른 상장과 현저히 다르고 발급일도 다른 점, 표창장 총장 직인이 정 전 교수 아들의 다른 상장에서 캡처돼 좌우 길이를 늘인 것과 일치하는 점 등이 고려됐다. 법원은 표창장, 이를 촬영한 사진 파일 원본을 모두 분실했다는 정 전 교수 주장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