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윤석열엔 ‘양날의 칼’, 민주당 ‘반사이익’ 기대

입력 2021-12-26 17:37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내년 3월 9일 대선의 암초로 부상했다.

국민의힘은 보수진영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면이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표정은 복잡하다. 겉으로는 “당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계속 요구해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리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6일 “박 전 대통령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 민심이 분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수사와 탄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면이 윤 후보에게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론’에 힘을 실어준다면 ‘보수 결집’에 상당한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지지층 분열이라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난해 총선 때를 생각해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윤 후보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교수는 그러나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억울했다’고 말한다면, 윤 후보 앞에 ‘탄핵의 강’이 깊고 넓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 상당수는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며 “이번 사면은 윤 후보의 중도·외연 확장을 가로막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파괴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부탁해'라는 주제로 열린 국민반상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이번 사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KBS에 출연해 “(청와대 발표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안”이라며 “향후 생길 수 있는 후폭풍이나 여러 갈등 요소를 문 대통령께서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안 하는 게 맞다, 최소한 본인 사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저한테도 ‘탈당한다, 그러나 이재명 지지한다’는 식의 문자가 몇 개 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국민의힘이 휘청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혼자 결단한 것이어서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에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당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든 야당 내부에서는 비박과 친박 간 분열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며 “우리보다는 국민의힘이 수습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손재호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