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대장동 윗선·50억 클럽 수사…해 넘기나

입력 2021-12-26 16:33 수정 2021-12-26 16:38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1층 출입구 모습.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가 결국 ‘대장동 윗선’과 ‘50억 클럽’ 의혹 규명에 이르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될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을 기소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높다.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내년부터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혐의 입증에 대한 수사팀의 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최근까지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성남시 전·현직 공무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해 왔다. 다만 지난 21일 김문기 공사 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로 성남시 등 윗선으로 나아가는 수사는 난항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사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지난 10일 유한기 전 공사 본부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연내 조사는 무산된 상태다.

공사 핵심 간부 두 사람이 연이어 숨지는 사건에 검찰의 수사 동력은 사실상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성남시 실무진 조사 과정에서도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한 유의미한 진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상도 전 의원 등에 대한 ‘50억 클럽’ 의혹 수사도 한 달 가까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1일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화천대유에 입사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약 25억원(실수령 기준)을 수령한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대신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50억 클럽’ 의혹에 함께 거론된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두 사람의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수사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나와 “(검찰의 대장동) 수사 의지나 수사 능력에 낮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면서도 “곽 전 의원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상당 부분 (수사가) 위축되지 않았나. 그 부분이 앞으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