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朴사면 “문 대통령 후폭풍 혼자 짊어지려한 듯”

입력 2021-12-26 09:23 수정 2021-12-26 10:4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인터뷰에서 “형식적으로 보면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 사면권을 제한하기로 했던 약속을 어긴 것처럼 보일 수 있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사면권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상황은 변하는 것이고 국민의 의지도 변화하기 때문에 상황이 바뀔 경우에도 과거의 원칙이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의 미래나 국민통합이라는 과제 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하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꽤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사면 발표 당일 입장을 내놓을 때 메시지 수위를 놓고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이 후보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는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도 더 크게 져야 한다는 것이 제 기본 입장”이라며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도 저는 안 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께서 저희가 내는 그런 의견과 국민의 목소리, 역사적 책무 등을 다 합쳐서 그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느냐”며 “그런 상태에서 저희가 뭐라고 논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저에게도 ‘탈당한다, 그러나 이재명은 지지한다’ 등 문자가 몇 개 온다. 실망스럽다는 분들도 계신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 특히 건강을 많이 고려하지 않으셨을까 싶다”며 “건강문제가 심각한 사태로 진행됐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면 상당히 걱정된다. 저 같아도 정말 고뇌가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사면 논의는 전혀 사전에 들은 바가 없다며 “워낙 예민한 사안이고 저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폭풍, 여러 갈등 요소 등을 대통령께서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하신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관련해서 사전에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일반적 이야기는 하는데 구체적인 박 전 대통령 사면 이야기는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번 사면이 대선에 미칠 영향, 유불리와 관련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상이라고 하는 건 언제나 위기요인 또 기회요인도 있고, 유불리가 혼재하는 것인데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도 과연 전체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할지 불리하게 작동할지는 잘 판단이 안 서고 있다”면서 “판단하면 뭐 하겠나. 이미 벌어진 일인데”라고 했다.

이 후보는 “그 속에서 좋은 면을 찾고 나쁜 면을 최대한 조정하고 기회국면으로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평가해서 뭐하겠느냐. 전 평가하는 제3자가 아니고 이미 현장에 뛰어 들어온 당사자라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