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견대로…황하나 불기소 검사, 감봉 취소소송 패소

입력 2021-12-26 08:59 수정 2021-12-26 10:29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인플루언서 황하나(33)씨에 대해 경찰 의견만 믿고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던 검사가 감봉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2부(부장판사 신종오 김제욱 이완희)는 A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감봉 처분 취소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황씨는 2017년 강남 모처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으나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받지 않은 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2019년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고, 재수사 끝에 황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이 논란으로 당시 황씨의 사건을 담당했던 A검사는 재수사 필요성이 있는데도 경찰의 불기소 의견대로 혐의없음 처분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고 검사로서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했다는 것이 징계 사유였다.

이에 A검사는 “불기소 처분이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A검사는 황씨에게 마약을 건넨 판매상이 이미 1년7개월 전에 검찰에 구속 송치돼 판결이 선고됐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나 물증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마약 판매상이나 황씨를 비롯한 피의자들을 충실하게 보완 수사했더라면 혐의를 입증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A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마약 판매상의 판결문이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장 등 형사사건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던 점이 주된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원고는 경찰관의 송치 의견서에 적힌 마약 판매상의 범죄사실만 확인했을 뿐 그의 형사 판결문, 피의자 신문조서, 공소장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며 “원고는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마약 판매상을 소환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검사는 또 “언론에 추측성 기사가 보도된 것만으로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를 폈지만 이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만연히 불기소 처분함으로써 일반 국민이 수사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했고, 그로 인해 원고 본인은 물론 검찰 전체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A검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한편 황씨는 이후 집행유예 기간 또 마약을 투약하는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