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대선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면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각 진영은 이미 결집돼 있고, 박 전 대통령 사면 이슈가 이 구도를 흔들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진단이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장본인이라는 점이 부각될까 우려하는 눈치다. 자칫 보수진영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지층 일부가 사면에 반발하는 것을 걱정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이재명 대선 후보의 중도 확장 전략에 불리할 게 없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는 24일 전격 발표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를 자제했다. 이를 두고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 중에는 이번 사면을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라며 “굳이 이런 지지층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도 기자들이 사면에 대한 찬반을 묻자 “이미 결정난 사안에 찬반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에선 올해 초 이낙연 당시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안을 꺼냈다가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다.
이 후보의 중도 확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중도 표심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화합 메시지가 나온 것”이라며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날 박 전 대통령 사면과 함께 단행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 결정이 이 후보의 중도층 표심 잡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비해 예측하지 못했던 한 전 총리 복권이 부각되면서 이슈가 정파적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지금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정권교체 외에 다른 입장을 가질 수가 없고, 그것을 위해 뛰고 있는 후보는 윤 후보이므로 방해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면이 윤 후보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이 나오면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선 ‘윤석열 때문에 각하가 고생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건 윤 후보, 풀어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란 프레임이 형성되면 윤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유권자들은 지지를 철회하거나 머뭇거리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이 악연으로 얽혀 있는 윤 후보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직접 내비치는 식의 상황이 펼쳐질 경우 야권 지지층 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통해 국민의힘을 갈라치기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 후보가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손재호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