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거리. 한 청년 커플이 “10주 된 태아, 세포일까? 생명일까?”라고 묻는 팻말을 앞에 두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팻말을 들고 있던 서윤화 아름다운피켓 대표가 온전한 손과 발을 갖고 심장까지 뛰는 10주 된 태아 사진을 보여줬다. 이들은 “아이고”란 짧은 탄식과 함께 곧바로 ‘생명’이라고 답했다.
프로라이프(생명존중) 단체 아름다운피켓이 이날 진행한 낙태 예방캠페인 ‘원치 않는 임신, 예방해요’ 모습이다.
아름다운피켓은 2011년부터 성탄절 기간이면 “여성과 태아를 소중히 여겨주세요”, “사랑은 성관계가 아닌 책임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 예방해 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와 캠페인을 진행한다. 10주 된 태아의 실제 발을 본뜬 배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태아 생명의 소중함과 남녀 모두에게 생명을 향한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올해는 홍익대와 신촌, 강남에서 각각 열 명 안팎의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25일까지 캠페인을 벌인다.
서 대표에 따르면 성탄절은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편승해 한 해 중 ‘원치 않는 임신’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서 대표는 “사회에서 낙태를 찬성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너무 높지만, 태아의 생명도 존중해달라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낮다”며 “인간의 존재는 태아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생각보다 태아를 그저 세포로만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인근 건널목 앞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 시부터 생명은 시작된다”, “태아를 보호해주세요”란 팻말을 들고 묵묵히 생명의 소중함을 전했다.
이한나(45·여)씨도 중학교 3학년 딸과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이날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씨는 평소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미디어의 영향 등으로 요즘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 잘 모르더라”며 “아이들에게 생명은 소중하고, 태아 때부터 너희들은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알려주며 앞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지켜나갔으면 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명이라도 우리들의 메시지를 보고 마음에 생명의 소중함을 새기고 잘못된 발걸음을 돌리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며 “변질한 성탄의 의미가 아닌 진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한국교회가 생명존중을 많이 이야기한다지만 실제로 사역 현장에서 그 관심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각자의 사역에만 집중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이런 사역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생명존중 캠페인은 일반인을 설득하는 선교일 뿐만 아니라 교회를 깨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목회자도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캠페인 현장에서 만난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한 20대 여성은 앞선 질문에 주저함 없이 ‘세포’라고 선택했다. 하지만 10주 된 태아의 사진을 보여주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며 겸연쩍은 미소와 함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