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화가 ‘피그카소’ 작품 3100만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

입력 2021-12-24 15:08 수정 2021-12-24 16:32
5살 암컷 돼지 피그카소의 모습. 피크카소 인스타그램 캡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돼지 화가 ‘피그카소’가 그린 작품이 약 3100만원에 판매돼 동물이 만든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더사우스아프리칸 등은 피그카소의 미술 작품 ‘야생과 자유’가 독일의 한 투자자에게 2만 파운드(약 3174만원)에 판매됐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2005년 ‘콩고’라는 침팬지가 만든 작품이 1만 4000파운드(약 2200만원)에 팔린 이후로 피그카소의 작품은 동물 작가 작품 중 최고가를 경신하게 됐다.

‘야생과 자유’는 피그카소가 남아공 웨스턴케이프의 바다를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이다. 피그카소는 입에 붓을 물고 아크릴 물감으로 대형 캔버스에 작품을 그렸고 파란색, 녹색, 흰색 등의 줄무늬가 특징이다.

피그카소가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몇 주가 걸렸지만, 작품 판매는 소셜미디어에 작품이 공개된 지 72시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그카소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피크카소 인스타그램 캡처

‘피그카소’라고 이름지어진 5살 암컷 돼지는 2016년 한 돼지농장에서 태어나 생후 한 달쯤 구조됐다. 피그카소가 있던 도축장은 비인도적 도축 방식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곳으로, 예술가 조앤 레프슨이 피그카소를 구조했고 피그카소는 지금도 그의 보살핌 아래 지내고 있다.

레프슨은 “우연히 헛간에 있던 붓을 피그카소가 좋아했다”며 “그때 피그카소가 그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에 레프슨은 피그카소가 물기 쉬운 붓과 무독성 물감을 구해 피그카소의 작품 활동을 도왔다.

피그카소가 그린 작품들. 피크카소 인스타그램 캡처

피그카소는 지금까지 40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는데, 이 작품들 대부분은 판매됐다. 피그카소는 2019년 한 남아공 전시회에서 피카소와 화풍이 비슷하다는 칭찬을 들은 이후로 돼지(pig)와 피카소(Picasso)를 합친 ‘피그카소’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피그카소가 만든 작품엔 코로 ‘낙관’이 찍혀있다.

이런 유명세로 2019년에는 스위스의 시계 회사 스와치가 피그카소의 작품을 콜라보한 시계를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레프슨은 “이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인상적이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피그카소와 농장의 동물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이 그림을 보면 동물들의 지능과 창의성에 큰 가치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그카소의 작품 수익금 모두는 비영리단체 ‘농장보호구역SA(Farm Sanctuary SA)’에 기부돼 동물보호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