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쳤지만 피난로를 확보해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수여하는 ‘2021 생명존중대상’을 지난 22일 수상한 김선혜(27) 소방관이 한 말입니다.
119 응급구조대원으로 근무하는 김선혜 소방관은 지난 3월 18일, 논산의 한 전자부품 공장에서 작업 중 사람이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했습니다. 공장에 도착한 김선혜 소방관이 구급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폭발은 화학 물질을 다루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김선혜 소방관은 타고 있던 구급차가 전복되는 과정에서 차 밖으로 튕겨 나가 잠깐 정신을 잃었습니다.
‘얼굴이 뜨겁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린 그는 화상과 전신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김선혜 소방관의 역할은 구조대원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공장 화재 진압 업무도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공장은 한 번만 폭발하는 게 아니라 연쇄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선혜 소방관은 “주변을 둘러보니 공장 대문이 닫혀 있었다. 그런데 그 닫힌 문 아래로 탈출할 수 있는 빈 공간이 보이더라”며 “사람들이 그 공간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본인의 몸도 성치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바로 구조 활동에 돌입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김선혜 소방관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예상했던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과 마음의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구조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김선혜 소방관은 치료를 위해 3주간 입원해야 했습니다. 현장으로 복귀한 그는 “얼굴에 흉터가 조금 남은 것 빼고는 건강하다”고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평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기쁨을 느낀다는 김선혜 소방관은 오래 전부터 소방관이 되는 것을 꿈꿔 왔다고 합니다. 그는 “꿈을 이루고 난 뒤에는 소방관으로서의 사명을 잊지 말자고 늘 되새겨 왔다”고 말했습니다.
생명존중대상 수상에 대해 “당연한 일을 한 것임에도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겸허히 소감을 전한 김선혜 소방관. 김선혜 소방관의 사명감은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