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출하고, 쓰러진 시민의 생명을 심폐소생술로 살리는가 하면 삶의 끝자락에서 힘겨워하는 이에게 새 희망을 선사한 숨겨진 영웅이 있습니다. 올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수여하는 ‘2021 생명존중대상’을 받은 김대철(47) 경위의 이야기입니다.
김 경위는 지난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험천만하고 급박했던 사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모두가 잠든 늦은 시간, 경찰에 “삼촌이 폭행하려고 해요”라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김 경위는 문이 열리지 않자 급하게 담벼락과 현관을 넘어 2층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집 안에 들어가 남성을 만난 김 경위는 흥분한 남성을 무리하게 체포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차분히 대화하며 남성을 설득해 함께 1층으로 내려온 뒤 체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남성은 평소 왕래하던 여성과 여성의 자녀 2명에게 쇠망치로 방문을 때리고 모기 스프레이에 라이터를 켜 불로 위협했다고 합니다. 이에 여성의 자녀 중 한 명이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김 경위는 처음에 삼촌이라는 호칭 때문에 가정 폭력이라 생각했는데, 신고 이력에 폭행 이력이 있는 것을 보고 데이트 폭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면서 무사히 피해자들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김 경위는 심폐소생술로 쓰러진 60대 여성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안전 근무 중이었던 김 경위에게 택시 기사가 도움을 요청하자 얼른 뛰어간 김 경위는 쓰러져 호흡이 약한 여성을 발견해 재빨리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김 경위의 신속한 대처로 해당 여성은 지금도 건강히 지낸다고 합니다. 나중엔 여성의 아들이 김 경위를 찾아와 “어머니가 유방암과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계시는데 김 경위의 빠른 대처 덕분에 사셨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김 경위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여성을 구해 삶의 끈을 다시금 쥐어주기도 했습니다. 가정폭력을 겪었던 여성이 의지할 곳이 없어 힘들다는 신고에 출동한 김 경위는 골목에서 흉기로 자해를 시도하는 신고자 여성을 발견해 구조했습니다. 우선 병원으로 후송을 한 뒤 여성의 가족을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가족은 여성을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수면제 과다복용과 정신적 상처로 치료가 필요했기 때문에 김 경위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구 정신보건건강센터에 가족도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여성의 상황을 설명했고 덕분에 여성은 센터에서 지금도 사례관리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삶을 포기했던 여성이 다시 힘을 내서 살아볼 수 있도록 도운 것입니다.
김 경위는 생사를 넘나들고 위험천만한 범죄 상황 속에서도 매 순간 “경찰관의 업무가 있으니 제가 맡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는 “순간순간 위험할 때도 있고 현장에서 판단하기에 어려운 일들이 있다”며 “특히 범죄 외적인 상황들이 발생하면 판단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경찰이 어떻게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했습니다.
생명존중대상 수상에 대해서는 “경찰을 대표해서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김 경위는 “어느 경찰이나 저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똑같이 행동하리라 믿는다”며 “이번 상은 너무 과분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대표해서 받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김 경위는 “시민들이 보셨을 때 ‘괜찮은 경찰이네’라는 평가를 받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 경위는 “주변에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나거나 훌륭한 경찰들이 많아 그분들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시민들에게만큼은 괜찮은 경찰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매일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사고 속에서 우리가 안전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데는 김 경위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들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올해 생명존중대상을 수상한 27명의 숨겨진 영웅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