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국 인권문제를 앞세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료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공영방송 NHK 등이 24일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어 “(베이징올림픽·패럴림픽에) 정부 대표단 파견은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마쓰노 장관은 “국제사회의 불변적 가치인 자유, 기본적 인권의 존중, 법의 지배가 중국에서도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베이징 올림픽에 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이런 점도 종합적으로 감안해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은 단순히 미국 정부의 ‘외교적 보이콧’ 결정을 따른 행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자국의 보이콧 동참 여부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국익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겠다”고 말해왔다.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외교 노선을 고려할 때 일본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은 시간문제였다.
마쓰노 장관은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결정에 특정 명칭 사용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도 해당 발표에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보이콧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집권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인권문제 등을 이유로 기시다 내각에 외교적 보이콧을 요구해왔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저녁 대표적 강경 보수파인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약 25분간 회담했다. 중의원 의원회관에 있는 아베의 사무실을 기시다가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아베 전 총리는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관한 견해를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열린 자민당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 합동회의에서도 정부 관계자를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 표명을 요구하는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는 회의 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외교적 보이콧의 조기 표명을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다만 지난 7월 도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은 중국에 일종의 ‘답례 파견’은 해야 하는 처지다. 당시 중국은 체육부 장관에 해당하는 거우중원 국가체육총국장을 파견했다.
일본은 참의원 의원인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야마시타 야스히로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 모리 가즈유키 일본패럴림픽위원회(JPC) 회장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각각 보내기로 했다.
이들과 함께 파견을 검토해온 인사인 무로후시 고지 스포츠청 장관은 참석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엄격한 행동 제한 등을 고려할 때 선수를 만나 격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마쓰노 장관은 설명했다.
선수를 비롯한 일본 대표단은 예정대로 올림픽에 참가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