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김문기 극단선택 비통…마음약해 압박 못버텨”

입력 2021-12-24 07:52 수정 2021-12-24 08:35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 사진)과 김문기 공사 개발1처장. 뉴시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문기 공사 개발1처장의 사망에 대해 “비통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23일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면회에서 김 처장의 극단적 선택에 비통해하면서 기자들에게 전해달라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처장은 유 전 본부장의 측근으로,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서 리모델링 조합장을 맡았을 때 아파트 시공사 영업부장이었다.

변호인 전언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김 처장이 돈을 받은 것도 없고 공사를 위해 일한 것밖에 없는데 4회에 걸쳐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으니 마음도 약한 사람이 어떻게 버틸 수 있었겠느냐”며 “나도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언론에 집중 거론된 것만으로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김 처장이 조사에 대한 압박이나 공사 내 징계 부담까지 겹치면서 극단적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 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21일 성남도시공사는 그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중징계 처분을 통보했다.

김 처장은 성남도시공사에서 직제상 유 전 본부장 아래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도맡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선협상 사업자를 선정할 때 화천대유가 속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유리하게 평가하고, 사업계약서를 작성할 때 공사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김 처장은 21일 오후 8시23분쯤 성남도공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처장 동생 김대성씨는 22일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형은 억울하다”며 “윗선 중 한 분(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고인이 됐고 다른 한 분(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구치소에 있는 상황에서 형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됐다. 윗분들은 조사 과정에서 나오지도 않고 현직 실무자만 압력을 가하면서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