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석기 가석방에 “文정권 헌법가치 수호 의지 없다”

입력 2021-12-23 20:15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017년 12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거보전금 사기'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23일 내란선동죄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법무부의 성탄절 가석방 결정에 대해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수호할 의지가 추호도 없음이 드러났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아무리 법치를 유린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짓밟은 정권이라지만 이미 재판을 통해 대한민국에 위협이 되는 존재임이 드러난 이 전 의원이 거리를 활보하게 둔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어 “이 전 의원의 가석방은 그동안 민주노총 등이 ‘세계적 양심수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 ‘우리 손으로 감옥 문을 열겠다’라는 등의 황당한 구호를 외치며 요구했던 바”라며 “그렇기에 가석방 결정은 결국 문 정권이 ‘촛불청구서’에 발목 잡힌 정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위헌정당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2014년 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냈던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의원은)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한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을 가석방 해준다는 것은 이 정부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의원 가석방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여론의 향배를 주시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구속된 지 8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잊혀진 인물 아니냐”며 “국민의힘은 색깔론을 들고 나오겠지만 이 전 의원이 이번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 측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념 논쟁을 하고 있기에는 지금 국민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며 “저쪽에서 공세를 펼친다해도 우리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사태의 파장을 민감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이번 결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의원 가석방으로 ‘성남’ ‘경기동부연합’ 등의 단어가 대선 국면에서 연상되는 게 그리 반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사람을 가석방한 것을 놓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굳이 대선이 두 달여 남은 이 시점에 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손재호 안규영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