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제작한 ‘아베 마스크’ 7000만장을 올해 안에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마스크 부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돼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며 “아베 마스크의 정부 재고분은 희망하는 분께 배포하는 등 최대한 활용한 뒤 올해 안에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 자금 효율화의 관점에서 결단했다”며 아베 마스크 재고 폐기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 대응은 매일이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강조하며 아베 전 총리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국민에게 배포하기 위해 아베 전 총리가 추진해 만든 ‘아베 마스크’는 일본의 대표적인 코로나19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일본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총 497억엔(약 5180억원)의 예산을 들여 2억 6000만장의 천 마스크를 제작했다.
그러나 겨우 코와 입만 가릴 수 있는 작은 마스크 크기에 성인은 착용조차 어렵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또 마스크가 거즈를 여러 겹 덧댄 형태여서 바이러스 차단 기능에 대한 의구심을 뿌리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부 배송된 마스크에서 벌레와 곰팡이 등 이물질까지 잇따라 발견되면서 아베 마스크 신청은 급감했다.
이에 지난 3월 기준, 제작 물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8200만장이 재고로 남아 창고에 쌓이게 됐다. 남은 재고는 약 115억엔(약 1200억원) 상당으로, 이를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으로만 올해 말까지 9억엔(약 93억원) 정도가 사용됐다.
여기에 아베 마스크의 15%가 불량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21일 열린 참의원 본회의에서 기시다 총리는 아베 마스크에 대해 “후생노동성이 직접 검품을 실시한 결과 (지금까지 남은) 아베 마스크 재고 7100만장 중 약 1100만장, 약 15%가 불량품이었다”고 밝혔다. 불량품으로 밝혀진 15%의 마스크는 총액 15억엔(약 156억원) 상당의 물량으로, 불량품을 검수하기 위한 작업에만도 총 20억 9200만엔(약 218억원)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민주당 소속 가와이 다카노리 의원은 기시다 총리에게 “아베 마스크 재고가 한 달 평균 20만장밖에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이 속도라면 재고를 처분하는데 33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이런 것(아베 마스크)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라”고 꼬집었다.
이는 지난 15일 일본 정부가 재고분 해소를 위해 “원하는 가정이나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추가 배포하겠다”고 밝혔다가 국민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