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윤 후보의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는 전날 발언에 대해 “오해할 소지가 없는 얘기”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윤 후보의 대학 친구인 이 교수는 2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 후보 발언에 대해 “오히려 굉장히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 발언은 사회의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해서 복지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차원의 얘기”라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 전북대에서 열린 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 질의응답에서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를 뿐 아니라 왜 필요한지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말해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는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자유라는 것이 존재하고 자유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된다”며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거둬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교육과 경제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언급했다.
“실질적 자유 보장 취지…왜 문제인지 의문”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실질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보장이 없는 취약 계층에게 국가가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 아니냐”며 “그게 왜 문제가 돼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윤 후보 표현 중에 ‘못 배우면 자유를 알지 못한다’는 부분은 표현 상 약간의 문제라고 할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것도 사실은 인간이 아무것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자유를 가질 수는 없다는 의미”라며 “그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거나 자유의 감각을 갖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윤 후보를 옹호했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교육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자유에 민감했고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며 “교육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민주화가 굉장히 어려운 현실을 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못 받으면 자유에 대한 투쟁을 할 수 없고, 체제에 순응하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배우면서 자유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인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정치권의 공세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못 배운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는 대목을 떼서 공격하는데, 이 정도 얘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머리가 나쁜 것”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우리 사회의 학자라면 당연히 동의할 수 있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노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를 가지고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없다는 식으로 완전히 곡해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윤 후보 발언이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과학자 입장에서 윤 후보 발언은 오히려 자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도록 하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 하는 건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했다.
학자들 의견 모아 尹에 전달도
이 교수는 전날 논란 이후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왕윤종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윤 후보에게 전달했다.
“경제적 기반이 없고 사회적 기회와 사회안전망이 없으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거나 “인간은 천부의 권리로 자유를 부여 받았지만 저개발 상태에서는 이를 누릴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이 담겼다. 이들은 ‘자유로서의 발전’을 저술한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의 이론을 주로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면서 “친구 윤석열에 대해 좋은 소리보다 쓴소리를 주로 하지만 어제 전북대 ‘자유’ 발언은 적극 옹호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해할 수 있는 발언임을 사과하라는 조언도 있는 모양인데, 사과할 필요 없고 오히려 발언 취지를 비틀어 해석하는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일정한 사회·경제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말에 무슨 잘못이 있는가”라며 “자유의 감각은 사회적 삶 속에서, 특히 교육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민주·정의당 맹공…김종인 직접 진화 나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윤 후보 발언을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가난하고 못 배우면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고 자유롭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냐. 놀라움을 넘어 과연 이런 발언을 한 대통령 후보가 있었나 싶다”며 “국민을 빈부로 나누고, 학력으로 갈라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윤 후보의 인식이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공격했다.
정의당은 “윤 후보는 아마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필요하다는 좋은 의도였다며 말꼬리 잡는다고 또 언론 탓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늘 일부 국민들을 깎아내리는 모습에서 윤 후보의 천박한 인식만 확인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23일 진화에 나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또 말실수한 것 같은데,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이 자유를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며 “자유를 구가하려면 자기에게 (교육과 경제역량 등이) 있어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밝혔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도 “노련한 정치인이었으면 그렇게 발언을 안 했을 텐데”라며 “살기 어려우면 자유나 평등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지 않은가 라는 취지로, 표현이 충분히 되지 않다 보니 조금 이상하게 전달된 것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