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피신)를 재판에서 증거로 쓰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23일 각하했다.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헌법소원 사건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날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312조 제1항·제2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심리를 종료시키는 처분을 의미한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됐고, 검사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돼 무죄판결이 확정됐다”며 “이 사건 출석요구 조항 및 조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이 사건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던 중 검사가 작성한 피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유 변호사는 이후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사 작성 피신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대상에 수차례 올랐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5년 형사소송법 제312조 등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한편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공소가 제기되는 사건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동의해야만 검사 피신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