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겹다”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교수 발언에 서울대 “인권 침해 아냐”

입력 2021-12-23 18:32

지난 6월 발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역겹다” “마녀사냥” 등의 표현을 써 논란이 된 교수들의 글에 대해 서울대가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직후 “너도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이 역겹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구모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 대해 “서울대 인권센터가 규정하는 인권 침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또 인권센터는 같은 사건으로 관악생활관 홈페이지에 “마녀사냥 식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 등의 글을 작성한 남모 교수의 발언도 인권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구 교수는 서울대 학생처장, 남 교수는 관악학생생활관 기획·시설 부관장 신분으로 해당 글을 작성했다. 학교 측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교수들이 나서서 갑질 의혹을 받는 기숙사 관리자를 옹호하면서 ‘고인과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인권센터는 해당 글이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총 5명의 심의위원을 구성해 지난달 17일 위원회를 개최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결정문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표현이 숨 쉴 공간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며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것 자체로 위법하다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 교수가 작성한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로 만든다’, ‘노조가 개입하면서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글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사실이라고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도 작성자가 이러한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었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서울대 인권센터는 구 교수와 남 교수의 발언이 인권침해에는 해당되지 않더라도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인권센터는 “당시 두 교수가 학내 보직자였던 점, 고인에 대한 애도가 필요한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인의 유족과 동료들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3개월 이내에 인권센터가 지정한 기관에서 인권 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