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앞세우는 교회연합이 아니다. 진보 보수 교단을 가리지 않고 지역에서 이웃 사랑으로 실천하는 진짜 에큐메니컬이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교동협의회 소속 9개 교회의 20여년 전통 성탄절 나눔 이야기다.
후암동 교동협의회 9개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순장,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에 속해 있다. 교단을 초월한 성탄절 지역 섬김으로 유명하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부터 ‘교회가 있는 곳엔 적어도 밥 굶는 이는 없게 하자’는 취지로 뜻을 모았다. 지난 12일 주일엔 9개 교회 성탄축하연합예배를 비대면으로 드렸고, 15일에는 후암동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10㎏들이 쌀 600포대를 나눴다. 20년 넘게 진행된 나눔이다.
금성교회(예장합동·나필성 목사) 남산중앙교회(기감·유수인 목사) 산정현교회(예장통합·김호민 목사) 숭덕교회(예장순장·전종우 목사) 영주교회(예장통합·이상엽 목사) 중앙루터교회(루터교·최주훈 목사) 후암교회(예장합동·박승남 목사) 후암백합교회(기성·김선인 목사) 후암제일교회(예장합동·김내선 목사)가 주인공이다. 소외가정 결연사업, 신생아 축복박스 전달, 분기마다 독거노인 이불 빨래 등 ‘뽀송뽀송 세탁서비스’, 소외 어르신 생일잔치, 기아대책 연계 코로나19 희망상자 전달 등을 상시적으로 진행한다.
이들 9개 교회는 전도지마저 공동으로 제작한다. 후암동 주민들이 9개 교회 가운데 어느 곳에 출석하든지 좋다는 얘기다. 심지어 9개 교회 공동으로 베트남에 선교사 가정도 파송했다.
이번 달부터 교동협의회 회장을 맡은 김호민 산정현교회 목사는 23일 “베트남 선교사 가정 파송은 벌써 10년이 넘었다”면서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루터교 등 신앙의 전통은 조금씩 차이나지만, 지역을 섬기는 뜻은 하나”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