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토사구팽’?…시진핑, 칭찬하면서도 연임신호는 안줬다

입력 2021-12-23 17:13 수정 2021-12-23 17:2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베이징에서 업무보고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직후 베이징을 방문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업무 성과를 칭찬하면서도 연임에 대해선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내년 3월 치러지는 행정장관 선거에 누구를 내세울지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람 장관을 만나 “람 장관은 홍콩 선거제도의 체계적인 변화와 개선을 이끌었다”며 “입법회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 홍콩 현실에 맞는 민주주의 발전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거를 통해 홍콩 동포들의 민주적 권리가 구현됐고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이 실현됐다”며 “사회 각층이 균형있게 참여하는 정치 구조가 확립됐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 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외부 인사를 직접 대면한 건 람 장관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람 장관의 향후 거취에 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홍콩 명보는 “중국 정부가 람 장관에게 차기 행정장관 후보에 대한 정보를 비공개로 전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발언에서는 단서를 찾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어떠한 공개적인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 행정청 2인자 정무사장이었던 람 장관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중국 지도부 눈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람 장관은 당시 홍콩 시민들이 요구한 행정장관 직선제를 단칼에 거부했다. 이후 2017년 3월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해 선거인단 다수였던 친중파의 몰표를 얻어 당선됐고 그해 7월 취임했다. 임기 내내 중국 정부의 지시를 잘 따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람 장관의 연임을 암시하는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자 중국 지도부가 다른 사람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람 장관은 시 주석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을 방문한 목적은 업무 보고일 뿐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할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홍콩 행정장관 임기는 5년이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람 장관은 시 주석에 앞서 리커창 총리를 만난 자리에선 중국과의 왕래 재개를 요청했다. 람 장관은 “홍콩 각계 인사들은 중국과 통관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원한다”며 “홍콩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