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한 지붕 두 사장’ 체제에 놓이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사법부 판단에 따라 복직된 만큼 ‘최소한의 역할을 달라’는 구본환 사장과 ‘한 지붕 두 사장은 있을 수 없다’는 공사 경영진·노조 입장이 부딪힌다.
구 사장은 23일 서울 용산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8일부로 복직이 됐는데, 문전박대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제 역할은 기본적인 것에, 최소한으로만 두고 김경욱 사장님께서 큰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저도 갈등이 생기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지난달 26일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며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복직했다. 작은 업무라도 맡으면서 내년 4월까지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경영진과 노조는 반대한다. 지난 20일과 21일 잇따라 업무복귀 반대 건의문과 성명을 내놨다. 이희정 부사장 외 경영진 5명은 “1심 승소로 명예회복이 된 점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때문에 조직이 다시 혼란스러워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경영진들은 현 김경욱 사장을 중심으로 차질 없이 경영할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두 명의 사장은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구 사장은 “사태의 본질은 저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의 해임 관련 소송에서 비롯되고 있다”면서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제게도 최소한의 명분을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정부의 갑작스런 지시로 ‘며칠 안에 직고용 방안을 발표하라’고 해서 했을 뿐인데 모든 누명을 뒤집어썼다. 멍에를 벗고 싶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김현미 전 장관 정도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 측은 구 사장의 해임이 위법이라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