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민주화운동, 외국 수입 이념에 사로잡혀”

입력 2021-12-23 16:55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광주 북구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내 AI 데이터센터 건립 예정지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호남 지역을 방문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호남 구애 차원이라곤 하나 듣기에 따라 논란이 될 법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전형적인 엘리트 검사 출신인 윤 후보 특유의 화법이 대선 캠페인 내내 논란을 몰고 다니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에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이 많다”며 “그 운동이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른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해온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전남 순천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열린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 “문재인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으로 똘똘 뭉친 소수의 이너서클이 돌아가면서 국정을 담당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그 시대엔 민주화라는 공통 목표가 있어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이해됐다”면서도 “실제 문민화가 된 후 정치에서 민주화가 이뤄지고 고도 선진사회로 발전하는데 사실 엄청난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며 “역대 어느 정권도 이 정권만큼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소수의 기득권 카르텔이 국정을 이끌어 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화 운동의 전위부대였던 586그룹이 문재인정부 들어와 기득권화되고 민주당 정부 실정의 주체가 되면서 오히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과거 민주화 운동 세력을 통째로 폄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윤 후보는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또다시 해명에 나섰다. 그는 “민주화 운동이 수입됐다는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된 이념에 따른 운동이 민주화 운동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이념 투쟁은 민주화 운동과 목표를 같이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문민화 이후에도 이념에 사로잡힌 운동권에 의해 우리 사회가 발목 잡힌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외국에서 수입된 이념이 무엇을 지칭한 것인지 묻는 말에 “남미의 종속이론, 북한에서 수입된 주체사상 이론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호남 방문 첫날인 전날 “극빈층과 배운 것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발언을 했다가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말을 하면 앞뒤를 봐야 한다”며 “경제적 능력을 올리고 교육을 더 받게 해 모든 사람이 자유인이 되게끔 하는 게 진정한 자유주의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빈곤층을 폄훼한다는 것은 상대 진영에서 마타도어를 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 국민의힘 선택”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 출범식에서 “국민의힘이 그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호남분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지지를 안 했다”며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했다. 이어 “저도 이 정권을 교체해야 되겠고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며 “국민의힘이 진정한 지지를 받는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늘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마치 국민의힘을 차선으로 택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정치권에선 아무리 호남의 지지를 의식했다 하더라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의혹’을 언급하면서 “사건 관련자들,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뺀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죽어 나가고 있다”며 “민주당은 그 주 당사자를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잘나고 못나고, 넘치고 부족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이건 나라가 아니다. 망하는 지름길이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저와 국민의힘이 여러분의 마음의 문을 열고 진실한 지지를 받기에 너무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 잘 알고 있지만, 이번만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서 나라다운 나라의 호남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