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일 된 아들을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산후조리원에 유기한 30대 부모가 구속됐다. 이들은 2년 전에도 아기를 낳아 산후조리원에 버리고 도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사실혼 관계인 30대 남성 A씨와 30대 여성 B씨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와 B씨는 지난 3월 6일 제주시의 한 산후조리원에 태어난 지 3일밖에 안 된 아들 C군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산후조리원에 “잠시 집 정리를 하고 오겠다”며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C군을 맡기고 잠적했다. 이들은 산후조리원이 약 두 달간 설득했음에도 자녀 양육 책임을 회피하고 시설 이용료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산후조리원은 지난 4월 26일 경찰에 신고했다. C군 부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당장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혼 준비 중 다른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름도, 생년월일도 없어
A씨와 B씨는 2019년 10월에도 아들을 출산했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산후조리원에 유기했다. 이 아이는 B씨가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A씨를 만나 가진 아이였다. B씨는 두 아이를 낳고 나서야 전 남편과 이혼했다.
현재 이 부부의 두 아이는 모두 출생신고가 안 돼 있다. B씨가 전남편과의 혼인 중에 임신·출산한 터라 출생신고를 하면 전남편의 자녀가 되기 때문이다.
민법 844조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뿐 아니라 혼인 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도 혼인 중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혼 뒤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는 출생신고 때 무조건 전 남편의 아이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다.
이를 피하려면 2년 이내에 자신의 아이가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친생 부인의 소’를 제기해 판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소를 진행하지 않고 지역을 옮기는 방식으로 숨어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5년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여성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사회적, 의학적, 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을 강요한 것은 어머니가 가정생활과 신분 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당장 위헌을 선언하면 발생할 법적 공백을 막고자 해당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개정 시한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