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습 관세 체납자 명단 공개 실효성 논란…“사실상 무용지물”

입력 2021-12-23 15:36

A씨는 관세청 고액·상습 관세 체납자 명단 공개 ‘단골 손님’이다. 체납한 관세액이 무려 4483억원이나 된다. 개인 기준 최고 체납자 기록이기도 하다. 관세율이 최대 630%에 달하는 ‘참깨’를 수입해 팔면서 관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 체납자가 된 것이다. 문제는 정부에서 이 돈을 받을 길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A씨가 현재 보유하고 자산은 없다시피 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사실상 징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관세 체납액이 누적 1조원을 넘어섰지만 이를 회수할 길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관세청이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은 모두 261건(개인 175명, 법인 86곳)이다. 체납 관세액은 1조29억원으로 집계됐다. 2억원 이상 관세를 1년 넘게 체납한 이들의 명단을 공개해 세금을 내도록 압박하겠다는 취지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다수가 세금을 낼 여력이 없는 게 원인이다.

고액의 관세를 체납한 이들 중 농산물을 수입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개인 체납액 1위인 A씨를 비롯해 체납액 2·3위를 기록한 이들 모두 참깨를 수입하는 업자다. 이들 3명의 체납액(5572억원)이 전체 체납액의 55.6%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농산물 관련 수입업을 영위하는 개인 또는 법인이 공개 대상 명단에서 다수를 점유하고 있다. 대부분 영세한 곳들로 천문학적인 관세를 낼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명단을 공개해봤자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구조적인 문제라면 수입 과정부터 관세 체납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관세청 관계자는 “답답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