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종민(35)씨는 지난 20일부터 백신 미접종자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 화제가 됐다. 김씨는 2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위축돼 있는 미접종자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며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현행 방역패스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7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다. 자신도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라고 밝힌 김씨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중한다”면서도 “백신이 짧은 시간에 개발돼 의구심이 있다. 가장이 백신을 맞은 후 사망한 부작용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미접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 고객은 ‘미접종자 분들에게 커피를 나눠달라’며 가게 주소 앞으로 배달 주문을 넣기도 했다. 김씨는 “노이즈 마케팅이나 후원을 바란 것이 전혀 아니라 민망하다”며 “선한 의도로 함께 해주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미접종자는 죄인이 아니다.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녀도 된다”며 “백신을 안 맞았다고 차별하거나 마녀사냥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
-무료 커피는 지금까지 몇 명에게 제공했나.
“미접종을 밝히고 받아간 분들은 10명 정도 된다. 월요일부터 시작했는데 짧은 기간에 너무 이슈가 돼 민망하다.”
-기억에 남는 미접종자 분들이 있는지.
“가장 처음 온 손님은 ‘인터넷에서 봤는데 진짜냐’고 하면서 인증하러 왔다고 했다. 여긴 주로 동네 분들이 이용하는데 서울, 시흥 등에서 손님들이 왔다. 어떤 남성 분은 혼자서 빵을 4~5개를 사려고 했다. 장사하려고 올린 글이 아니니 드실 것만 결제하시라고 한 적도 있다. 공짜 커피를 드리겠다고 해도 꼭 결제하겠다는 분도 있었다.”
-무료 커피를 받아 가는 분들이 오히려 많진 않은 것인가.
“저도 진심으로 안내문을 붙였지만 그분들이 공짜 커피를 마시려고 여기까지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접종으로 위축돼 있던 마음들을 위로받고 싶고, 응원도 받고 싶고, 감사의 마음도 전달하고 싶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게를 찾는 미접종자 분들의 연령대는 어떤가.
“미접종자라는 사실을 밝힌 분들은 남성의 경우 대부분 젊은 20대 분들이었다. 여성분들은 40~50대가 많았다.”
-무료 커피를 앞으로도 계속 제공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그렇다. 저도 미접종자이지만 미접종자들이 어디 가서 당당하게 얘기를 하지 못한다.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면 괜히 민망해진다. 저도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얼마든지 이곳에서는 예전처럼 당당하게 주문하고 받아 가시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다.”
-가게로 항의 전화가 온 것은 없나.
“직접 받은 것은 한 건도 없었다.”
-매장 건물 관리단장님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했는데 원만히 해결됐는지.
“시청에 보고하겠다고 하셨는데 그 후로 연락이 없었다. 제가 방역 수칙을 위반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저는 베풀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다른 분들은 불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게 문 앞에 사과문도 붙였다.”
김씨는 커피 무료 제공 안내문을 현재 매장에서는 내린 상태다. 본사와 가맹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렸다고 한다. 매장에는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리며 넓은 아량으로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이 대신 붙어있다. 김씨는 미접종자에게 무료 커피는 계속 제공하고 있다.
-미접종자들이 많이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동네 카페이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도 아니다. 점심시간에 조금 바쁠 뿐 사람들이 줄을 서 본 적도 없다. 그런 우려가 나와 마음이 아팠다.”
-공개적으로 화제가 돼 가족들이 걱정한다던데.
“집은 뒤집혔다. (웃음) 모두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인데 인터넷에 올라오니 가족들에게도 연락이 온 것 같다.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혹시 잘못될까 봐 걱정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이고 숨기고 싶지 않다.”
“대기업·백화점은 정상운영, 자영업에만 짐 지워”
-백신을 맞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백신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의문이 있었다. 백신 개발 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5년 정도 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백신은 길게 잡아도 2년이 채 안 됐는데 나왔다. 백신 접종이 너무 강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예방접종을 이렇게까지 강제적으로 한 적은 없었는데 그런 부분도 의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부작용 사례가 하루에도 4~5건씩 올라온다. 확률이 낮다 해도 내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미접종 상태로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두렵지 않은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댓글도 봤는데 존중하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예방접종의 정의는 애초에 나의 건강을 위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기저질환이 있거나 안 맞는 게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안 맞는 걸 선택할 수도 있다. 또 오히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안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이나 아빠들이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았는데 불구가 되고 직장생활을 못 하고 목숨을 잃은 사례들이 있다. 남겨진 가족들한테 국가가 보상도 제대로 안 해주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19에 걸려도 나이가 젊어 가볍게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젊다고 해서 금방 나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폐가 안 좋아지는 등 여러 사례가 있지 않았나. 두려움은 분명 있다. 그 때문에 손 씻기,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을 더 철저히 지키고 있다.”
-백신 미접종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있진 않은가.
“저도 가족이 있고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과 외식을 해왔는데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제 신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감수하고 있다. 남들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해 바깥에도 잘 안 돌아다닌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모임을 잘 안 하기도 한다.”
-현재 정부의 방역 정책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방역패스 정책이다. 방역패스는 일단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라 그런 부분에서 화가 났다. 저희 가게를 오려고 하시는 분들인데 그런 분들은 못 오게 하는 것이라 그게 가장 문제가 된다.”
-방역패스로 인해 손님들과 실랑이가 생긴 적은 없었나.
“아직 한 건도 없었다. 사실 미접종자들이 위축돼 움직이지도 않는 게 가장 클 거로 생각한다. 단체로 오는 분들은 다 접종자 분들이다. 미접종자분들이 아예 눈치가 보여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도 자영업자들한테는 타격이 크다.”
-정부 방역 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방역패스는 철회되면 좋겠다. 정책을 시행할 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고 건강해질 수 있는 그런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2년 동안 펼쳐진 정책을 보면 대기업들이 하는 대형마트, 백화점이나 지하철은 다 정상 운영되는데 자영업자만 짐을 짊어졌다. 한 곳에 짐을 지워서 나아질 수 있다면 감당이라도 해보겠는데 그것도 아니지 않나.”
나성원 기자 naa@kmib.co.kr